[정신건강의학과 Q&A]Q: 하루 종일 불안하고 모든 게 걱정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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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신경과민 지속되는 ‘범불안장애’ 만성화되기 전에 약물-정신치료를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Q: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불안하고 모든 일이 걱정거리입니다. 사실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인데, 걱정을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A: 범불안장애입니다. 불안이나 걱정도 정도가 심하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주부 A 씨는 하루 종일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삽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소한 집안일에서부터 걱정이 시작됩니다. 이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불안해합니다. 앞으로 자신이나 가족에게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됩니다. 사실 A 씨가 걱정하는 일이 실제로 심각하게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걱정을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일상적인 일들에 대해 과도한 불안이나 걱정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를 범불안장애라고 합니다. ‘범사(凡事)’에 ‘불안(不安)’해하기 때문에 범불안장애라고 이름 붙여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심지어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항상 걱정을 붙들고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다 보면 항상 긴장되고 멍하며 신경과민 상태가 지속됩니다. 불면증, 근육 긴장, 피로감, 두통, 소화불량, 가슴 통증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도 동반됩니다. 만성적 불안으로 우리 몸의 자율신경이 과잉 긴장 상태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절반 이상에서 우울증이 동반되는데, 이럴 경우 치료가 더 어려워집니다.

범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심각한 신체질환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자주 찾습니다. 하지만 검사를 해 보면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고 신경성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범불안장애는 이런 이유 때문에 흔히 진단이 늦어지고 방치되기 쉽습니다. 질병이 장기화, 만성화되면 나중에 치료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범불안장애는 주로 약물로 치료하거나 정신치료를 합니다. 약물치료는 뇌신경계에서 만성불안과 관련해 작용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 문제를 바로잡습니다.

이와 별도로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 불안할 때 흔히 나타나는 인지 왜곡현상을 고쳐주기도 합니다. 필요하면 근육이완법이나 복식호흡법 같은 기법도 활용해 자율신경의 과도한 긴장을 줄여줍니다. 대인관계나 성격적인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할 경우엔 심층 정신치료 같은 심리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누구나 놀랄 만한 사건이나 사고를 겪을 때 놀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까지 심각한 지장을 주는 범불안장애는 뇌신경계의 이상을 동반하는 질병으로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끝>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범불안장애#약물치료#정신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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