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Q&A]Q: 남들 앞에 서면 너무 두려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A: 수줍음 지나치면 ‘사회공포증’… 인지행동치료로 적극 대처

오강섭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오강섭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Q. 남들 앞에 서기가 두려운 마음이나 수줍음은 누구나 가진 것 아닌가요?

A. 수줍음이 지나치면 ‘사회공포증’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상황 및 대인관계가 두려워 회피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자신이 실수하거나 당황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이런 일을 남들이 알아챌까 봐 두려워합니다. 결국 그런 상황을 피하려 하는 거죠. 쉽게 말하면 사회공포증 환자는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기, 대화하기, 남과 식사하기를 두려워합니다.

환자에게는 심한 불안과 함께 다양한 신체증상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손이나 몸이나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뜁니다. 또 이런 증상이 괴롭다 보니 사회적 상황 자체를 피합니다. 대체로 완벽주의를 추구하거나 경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남에게 잘 보여야 성공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남의 시선을 더 심하게 의식합니다. 특히 완벽주의자들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기준을 갖고 있어서 자기 자신을 늘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남들 앞에 나서고 특히 뭔가를 발표해야 한다면 자신의 결함을 그대로 노출하는 일이라 여깁니다.

이런 자신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찾아내 합리적인 사고로 바꿔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치료입니다. 인지행동치료라고 합니다.

어려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부닥쳐 불안을 이겨내는 노출 기법, 어려운 상황을 숨기지 않고 상대에게 일부러 보이려는 역설지향기법도 치료과정에 활용합니다. 최근에는 사회공포증의 증상이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세로토닌 이상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 밝혀져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사용한 약물치료로도 효과를 기대합니다.

사회공포증도 다른 질환이나 마찬가지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실정은 치료와는 거리가 멉니다. 대부분 이를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내성적 성격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죠. 제대로 치료받는 사람은 환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첫 발병 이후 병원을 찾기까지 10년 정도가 걸립니다. 사회공포증은 흔히 청소년기에 생깁니다. 일생 중 자의식이 가장 강한 시기여서 정상적인 발달과정의 하나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겸손이 미덕이었습니다. 이제는 자기표현의 시대입니다.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어렵습니다. 사회공포증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강섭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회공포증#수줍음#대인관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