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 기자의 메디 Talk Talk]장시간 비행때 꼭 챙겨야할 건강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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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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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수두 등 전염성질환 機內 순식간에 번져… 환자 탑승 말아야

해외여행을 떠날 때 심각한 질환이 있는 경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려면 항공기 탑승 전에 항공사 의료진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기내에서 문제가 생겨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대한항공 제공
해외여행을 떠날 때 심각한 질환이 있는 경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려면 항공기 탑승 전에 항공사 의료진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기내에서 문제가 생겨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대한항공 제공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편 예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그런데 본인이나 부모, 배우자 또는 자녀 등이 아프면 비행기를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혹시 높은 고도를 나는 비행기를 타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탑승 전 건강 체크 사항은 없을까? 또 탑승을 피해야 할 질환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항공의료센터의 최윤영 건강관리그룹장(간호사)과 김정언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비행기와 건강에 관련해 알아봤다.

▽이진한 기자=항공의료센터는 생소한 곳이네요?

▽최=항공과 관련한 건강에 대한 모든 사항을 책임집니다. 조종사 객실승무원 승객이 주 대상인데 항공전문의사 5명과 간호사 70여 명이 이들의 건강 상태를 관리합니다.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은 정기적 신체검사나 체력측정을 통해 문제가 있으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의뢰하거나 유급휴가를 주는 식으로 건강을 관리해 줍니다. 승객의 경우 기내에서 생길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예방대책을 세웁니다. 노인 해외 관광객이 늘면서 이 분야가 점차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김=기내에서 환자가 생겼을 때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는 객실승무원이나 승객 중 의사가 1차로 담당합니다. 중증 환자라면 저희가 24시간 대기하면서 비행기의 인공위성 전화로 통화하면서 응급조치 방법을 알려줍니다. 새벽에 전화를 받는 일도 다반사죠. 간단하게는 1∼2분 정도 통화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4시간 이상 통화한 적도 있어요.

▽이=승객은 몸이 안 좋아도 항공기 예약 시 불이익을 받을까봐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최=그런 오해를 많이 해요. 저희는 무엇보다 목적지까지 승객을 안전하게 태우고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본인이 질환을 숨겨서 기내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연간 1900여 건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회항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회항 시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연료인 항공유를 공중에서 다 버려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듭니다. 직원들이 외견상 질환을 가려내는 교육을 받지만 승객 스스로 말해 주지 않으면 대개 모르고 지나갑니다. 본인이 어떤 질환이 있다고 말해주면 사전에 산소통, 의료기기를 추가해 예상되는 질환에 대한 조치를 합니다. 이렇게 미리 조치 받았던 승객은 연간 900여 명에 이릅니다.

▽이=비행기에서 생기는 사고로는 어떤 질환이 가장 많나요?

▽김=일반인은 귀가 아픈 것이 가장 흔한 증세죠. 코와 입을 막고 코를 풀듯이 하면 해결되죠. 물론 염증이 있으면 통증뿐만 아니라 출혈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 기압의 변화로 산소가 줄면서 어지러워 실신하거나 대장 소장 등 소화기관의 움직임이 줄어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기내의 기압 변화가 심한가요?

▽최=기압이 지상보다 70∼80% 정도로 떨어집니다. 한라산 정도 높이에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압이 낮아지면 체내 혈액에 흡수되는 산소가 줄어요. 또 예를 들어 장기 같은 체내 빈 공간에 가스가 팽창합니다. 그래서 소화가 안 됩니다. 따라서 심근경색이 생긴 지 10일 이내거나, 심장 뇌 폐 복부를 수술한 지 9일 이내, 뇌중풍(뇌졸중)이 생긴 지 4일 이내인 환자는 가급적 항공전문의사와 상담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김=네 맞아요. 또 비행기는 밀폐된 공간이므로 결핵이나 수두 등 법정전염병에 걸린 환자는 순식간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니까 탑승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기압뿐만 아니라 기내가 건조해서 답답합니다.

▽김=비행기의 습도가 20% 정도밖에 안 돼 매우 건조합니다. 습도가 높으면 에어컨 내부 부품이 녹슬거나 배관이 막혀버리기 때문에 일부러 수분을 제거합니다. 대개 사람들이 시원한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이뇨작용으로 더욱 갈증이 심해집니다. 또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켜 뇌로 가는 혈액이 모자라 어지럽거나 실신도 합니다. 물이나 주스를 마시는 게 가장 좋아요. 또 소화불량을 예방하기 위해 식사도 평소보다 적게 먹는 편이 좋습니다. 탄산음료를 자주 마시면 가스가 발생해 소화기능이 더욱 악화됩니다.

▽이=건조하니깐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이 더 좋을 듯하군요. 만성질환자가 챙겨야 할 항공 건강법이 있다면요?

▽최=건조하면 천식이 악화되고 비행 시 혈압이 상승해 고통을 받습니다. 평소 천식 고혈압 당뇨병 약을 갖고 다니다가도 탑승할 때 약통을 짐칸에 모두 넣는 바람에 약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약통을 손가방에 넣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기압이 낮아 몸도 부을 수 있기 때문에 꽉 끼는 신발이나 옷은 피해야 합니다.

▽김=가만히 앉아 있으면 혈액이 주로 하지에 몰려 혈관이 막히는 증세가 생길 수 있습니다. 탑승한 지 60∼90분이 지나면 기내를 한 바퀴 걷는 것이 좋습니다. 일어날 때도 갑자기 일어나면 어지러우니까 천천히 일어나야 하고요. 다리를 쭉 펼 수 있도록 좌석 밑 앞쪽엔 물건을 두지 마세요.

▽이=비행기에 배치된 응급약은 어떤 것이 있나요?

▽김=심장마비 때 사용하는 자동제세동기(AED)와 혈압약, 포도당 수액, 진통제, 찢어진 곳을 꿰맬 수 있는 키트, 마취제 등 30∼50가지를 갖추고 있어요. 출산에 대비한 약품도 있어서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비행을 하기 전에 체크해야 할 사항은요?

▽최=심장이나 폐질환 등 최근에 급성질환을 앓았다면 항공사와 상담할 때 특수예약과로 바꿔 달라고 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꼭 상담을 받고 본인이 비행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꼼꼼히 챙기시길 바랍니다. 비행멀미가 있으신 분은 날개 옆쪽 자리를 예약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임신부의 경우는 임신 37주 이상, 쌍둥이는 33주 이상만 피하시면 됩니다.

▽이=숨기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해야 더 안전하게 도착지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하면 좋을 듯합니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비행#전염성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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