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정지 순간 인공호흡보다 흉부압박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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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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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춘지 4~5분 지나면 뇌손상… 1분 경과마다 생존율 10% 급감


심근경색 협심증 심장부정맥으로 심장이 멈췄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초 발견자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바로 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25개 자치구별로 발생한 심정지 환자 3538명을 정밀 조사한 결과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종로구 서초구 강남구 강동구의 순으로 나왔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초기 발견자가 심폐소생술을 가장 많이 시행했던 연구였다.

▶본보 2월 23일자 A14면 참조… ‘심장정지후 생존율’ … ‘심장을 뛰게한 손’이 있다

심폐소생술은 왜 중요할까?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 노태호 교수(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황성오 사무총장(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 119가 전화로 설명해 큰 효과

국내에서 갑작스럽게 심정지로 숨지는 사람은 매년 2만 명에 이른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두 배가 넘는다.

전국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2.8%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은 8.6%로 꽤 높은 편이다. 서울지역에 대학병원이 집중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전화로 심폐소생술을 알려주는 의료지도실을 운영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김시철 구급팀장은 “지난해부터 서울대병원과 심정지 구급활동 품질관리를 하면서 전화를 이용한 심폐소생술 지도 및 구급관제 기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심정지 환자를 봤다고 119로 신고한 시민에게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전화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도록 지도한다는 뜻이다. 실제 119종합상황실에서는 심정지 환자 목격자에게 하루 평균 4, 5회 전화로 심폐소생술을 지도한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에서는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더 많이 시도한다. 심폐소생술 시도율은 전국 평균 3% 정도. 서울은 2010년 6.3%에서 지난해에는 11.6%로 크게 높아졌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발견하면 최대한 빨리 흉부압박을 하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뇌와 심장손상을 줄이는 방법이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의식이 없는 환자를 발견하면 최대한 빨리 흉부압박을 하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뇌와 심장손상을 줄이는 방법이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 4∼5분 지나면 뇌에 손상

심정지가 발생하고 4∼5분이 지나면 뇌가 산소 부족상태에 빠지면서 손상된다. 심폐소생술이 1분 지연될 때마다 생존율이 7∼10% 감소한다. 10분이 지나면 뇌에 큰 손상을 입어 정상으로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심정지의 60∼80%는 집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므로 일반인의 심정지 대응능력이 중요한 셈이다. 119에 신고해도 빨라야 7분 정도 걸리므로 첫 4분이 아주 중요하다.

노 교수는 “미국 일본 등에서는 목격한 사람의 40% 이상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5%도 되지 않는다”라면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법적 문제 때문이거나 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선의의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시행한 경우에 생기는 신체적 피해나 재산상의 손해에 대해선 면책조항이 시행되고 있다.

○ 달라진 심폐소생술 어떻게 시행하나

과거에는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호흡이 없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호흡(가쁜 호흡)을 하면 먼저 기도를 확보해서 환자가 숨을 쉬도록 한 뒤 인공호흡과 흉부압박을 했다.

요즘은 흉부압박을 먼저 하고 기도를 확보한 뒤 인공호흡을 하도록 지도한다. 흉부압박은 가슴 정중앙 부위(가슴뼈 아랫부분)에 두 손으로 깍지를 낀 뒤 팔을 곧게 펴고 체중을 실어 강하고 빠르게 누르는 식이다.

황 교수는 “흉부압박은 정지된 심장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혈액순환을 도와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119구급대원이 올 동안 흉부압박을 멈추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가 소리를 내거나 움직임을 보이면 멈춰야 한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심장마사지기(자동제세동기)는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요즘 자동제세동기는 일반인이 쉽게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노 교수는 “자동제세동기의 패치를 심장 쪽과 반대편에 두 개 붙인 뒤 기다리면 기계가 환자 상태를 판독해서 시행 여부를 말해 준다”면서 “심장이 멈췄음을 기계가 확인하면 작동하라고 말하기 때문에 그때 작동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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