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샛 ‘시네마’ 올여름부터 태양풍 생생히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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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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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버클리 NASA 우주과학실험실서 최종 테스트

《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길이 13km나 되는 베이 브리지를 건너면 버클리 시가 나온다. 도시에 들어서면 버클리 언덕이 보이고 그 위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가 나타난다.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이곳을 찾았다. UC버클리의 건물들은 언덕을 타고 올라가며 듬성듬성 서 있다. 언덕 맨 위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직접 지었다는 우주과학실험실(Space Science Laboratory) 건물 두 채가 있다. 이곳에서는 올해 우주로 올라갈 한미 합작 초소형 위성(큐브샛·CubeSat) ‘시네마’가 최종 테스트를 받고 있다. 시네마는 경희대 월드클래스유니버시티(WCU) 달궤도 우주탐사사업단이 UC버클리와 약 3년간 공동 설계하고 제작했다. WCU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연구를 지원하는 제도다. 》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소속 연구원이 ‘시네마’를 들고 있다. 시네마에는 우주 입자를 검출하는 강력한 센서인 ‘스타인’이 실린다. 경희대 제공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소속 연구원이 ‘시네마’를 들고 있다. 시네마에는 우주 입자를 검출하는 강력한 센서인 ‘스타인’이 실린다. 경희대 제공
○ 시네마, 태양이 토해낸 입자 검출 임무 수행

건물 2층의 실험실 문을 열었다. 연구실 책상 위에는 부품들이 빼곡했다. 전선과 전자회로, 드라이버와 납땜용 인두도 보였다. ‘시네마’의 미국 측 책임자인 로버트 린 UC버클리 물리학과 교수는 “내일(12일) 최종 조립을 앞두고 위성을 모두 분해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네마는 길이 30cm, 무게 3kg으로 조그맣다. 수명은 1년이다. 지구 상공 800km에서 이온과 전자, 중성입자 등 우주에 떠도는 입자를 검출하고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게 임무다. 우주공간에는 태양이 토해내는 수많은 입자가 있는데 시네마로 이를 추적하면 태양 활동의 영향 등을 알 수 있다.

시네마에는 입자를 검출하는 강력한 센서인 ‘스타인(STEIN)’이 실린다. 스타인은 지금껏 큐브샛에 실린 검출기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온과 전자, 중성입자를 동시에 검출하는 것은 시네마가 처음이다. 린 교수는 “NASA가 1994년 쏘아 올린 ‘윈드(WIND)’와 2006년 발사한 쌍둥이 태양 탐사선 ‘스테레오(STEREO)’에도 스타인과 유사한 검출기가 실렸다”면서 “15kg짜리 거대한 검출기가 했던 임무를 길이 5.1cm, 무게 500g인 스타인이 더 훌륭히 소화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공간의 자기장을 측정할 자력계는 엄지손톱만 한 크기로 사각 상자 모양이다. 시네마가 제 궤도에 올라가면 여기서 약 1m짜리 막대가 뻗어 나와 주변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한다. 자력계는 영국 임피리얼칼리지가 만들었다.

○ 6∼8월 미국에서 1기, 9월 러시아에서 2기 발사

시네마는 올해 모두 3기가 올라간다. 세쌍둥이 위성이 우주공간에서 전방위적으로 자료를 모으는 것이다. UC버클리가 제작한 1기는 6∼8월 델타로켓에 실려 미국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나머지 2기는 경희대 WCU사업단이 제작하고 있다. 경희대가 만드는 2기는 9월 드네프르로켓에 실려 러시아에서 발사된다. 이동훈 WCU사업단장(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은 “시네마 3기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우주공간을 입체적으로 찍는 만큼 데이터의 정확도가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네마는 목표 궤도에 진입한 뒤 몸체에 달린 작은 휠(바퀴)을 두 달 동안 천천히 움직여 자세를 바꾸도록 설계됐다. 시네마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라가면 큐브샛으로는 처음으로 자세 제어를 시도한 위성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이 단장은 “시네마에 달린 검출기 스타인을 1000개 이상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검출기로 만들면 향후 달이나 태양 탐사 위성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네마 2기가 실릴 드네프르로켓에는 과학기술위성3호와 세트렉아이가 제작한 두바이샛 2호도 함께 실려 한국산 인공위성만 4기가 실린다.

▼ 美 우주개발의 산실… 위성 직접 조종 ▼
■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우주실험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우주과학실험실(SSL·Space Science Laboratory)은 미국 내에서 우주기술 연구를 가장 활발히 하는 곳으로 미국 우주개발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SSL은 옛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을 최초로 쏘아 올리며 미국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 불을 댕긴 지 2년 만인 1959년에 생겼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설립된 지 1년 뒤다.

SSL은 지금까지 인공위성만 200여 기, 로켓은 24기를 개발했다. SSL은 NASA의 위성 ‘테미스(THEMIS)’를 설계하고 제작했으며 발사한 뒤에는 전 세계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관제실을 만들어 위성을 직접 조종하고 있다. 올해 3월 발사 예정인 NASA의 소형 X선 우주망원경 ‘누스타(NuSTAR)’도 SSL이 총괄 진행하고 있다.

SSL은 명성에 걸맞게 노벨상 수상자만 4명을 배출했다. 멜빈 캘빈(1961년 노벨 화학상), 찰스 타운스(1964년 노벨 물리학상), 조지 스무트(2006년 노벨 물리학상)에 이어 작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솔 펄머터도 SSL 출신이다.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는 프로젝트인 ‘세티(SETI)’의 발원지가 SSL이라는 점도 SSL의 자부심 가운데 하나다.

버클리=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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