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표정, 진화에 영향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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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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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加교수팀 발표… ‘공포’ ‘역겨움’등 표정이 신호작용, 인류생존에 도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한 과자 광고의 노랫말처럼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표정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할 때도 표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소통 과정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인데, 표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나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표정을 포함한 감정 표현방식이 인류에게 보편적이란 사실은 폴 에크먼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통해서 많이 알려졌지만 표정이 신호로 작용해 진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주장은 많지 않았다.

최근 미국 오리건대 아짐 샤리프 교수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제시카 트레이시 교수가 표정이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줬다는 가설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소통에서 표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표정도 진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초기 인류가 특정 상황에서 보인 신체적인 반응이 표정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신호가 돼 의사소통과 진화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위협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떠서 시야를 넓게 확보하고 눈동자를 빨리 움직여 상황을 파악한다. 이때 생기는 표정이 ‘두려움(공포)’이라는 신호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또 역겨운 냄새가 나면 코와 입을 찡그린다. 이 표정은 공기 중에 있는 나쁜 물질을 덜 들이마시려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런 표정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다가 ‘역겨움’의 표시로 굳어버린 것이다. 이런 신호는 혐오스러운 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하거나 불쾌한 생각과 행동에 대해 표현하는 것으로도 사용됐다.

또 연구진은 감정 표현이 사회적 지위와도 관계있다고 주장했다. 당당함을 표시할 때 보통 가슴을 내밀게 되는데 이런 자세는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포용할 수 있다는 신호로 사회적인 위치가 높음을 보여 준다.

반대로 부끄러움을 표시할 때는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가리는 등 전체적으로 자신을 숨기려 드는데 이는 사회적인 위치가 낮음을 나타낸다.

샤리프 교수는 “행복이나 슬픔, 화남 등을 나타내는 표정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행복은 ‘위협이 없음’, 슬픔은 ‘동정 유발’, 분노는 ‘긴박한 위험’ 등의 신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결과가 다윈이 애초에 제시한 가설인 ‘인간에게는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감정 표현이 있다’는 걸 지지하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국내 한 전문가는 이번 연구에 대해 “표정이 생존이나 번식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을 발전시킨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이달 8일 발간된 ‘심리과학 최신동향(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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