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웅웅… 뭐라고? 노인성 난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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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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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선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귀 내시경으로 환자의 난청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삼성서울병원 제공
조양선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귀 내시경으로 환자의 난청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삼성서울병원 제공
9일은 ‘귀(耳)의 날’이다. 가족이 모여 정담을 나눌 때 나이 든 부모가 뒤로 물러나 앉아 있으면 대개 ‘세대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성 난청을 겪고 계실 수 있다. 나이 때문에 귀가 어두워지는 노인성 난청은 한번 나빠지면 완전 회복이 어렵지만 진행을 늦출 수는 있는 질환이다. 부모의 귀 상태를 자식이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노인성 난청의 조기 증세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 귀에서 ‘웅웅’ 소리 나면 검사 받아야

노인성 난청은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노인성 난청은 청각신경이 노화하면서 서서히 진행하므로 본인이 일찍 자각하기가 힘들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은 △전화 통화 또는 일상적인 대화가 어렵거나 △했던 말을 또 해달라고 재차 요청하거나 △TV 볼륨을 필요 이상으로 키울 때 의심할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을 가장 확실히 짐작할 수 있는 증세는 이명(귀울림)이다. 이명은 한쪽 또는 양쪽 귀에서 울리는 소리다. ‘웅웅’ ‘쉿쉿’ ‘우르릉’ ‘삐’ 등의 소리가 난다. 노인들은 흔히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정도로 호소한다. 청력이 떨어질수록 이명은 커진다.

이명 증세가 나타나면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청력은 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이명검사 등의 기본 청력검사 외에 뇌간유발반응 청력검사, 전기와우도검사 등의 정밀검사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기본적인 청력검사 비용은 개인병원 2만∼3만 원, 종합병원은 3만∼4만 원이다.

노인성 난청이 시작되면 아이와 여성의 말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잘 들리지 않는 소리가 고주파 영역에 있기 때문. 가장 문제가 되는 소리는 고주파 영역인 ㅅ, ㅊ, ㅍ, ㅌ, ㅋ 등으로 ‘사탕’ 같은 단어를 구분해 듣기 어렵다. 여성과 아이의 목소리도 고주파 영역에 있다. 이 시기가 지나 난청이 계속 진행되면 ㄴ, ㄷ, ㄹ, ㅁ, ㅂ, ㅈ 등의 자음과 대부분의 모음 등 저주파 소리도 듣지 못한다.

○ 조용한 곳에서 또박또박 얘기하세요


노인성 난청 환자와 대화할 때는 조용한 곳에서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큰 소리로만 말하려 애쓰면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진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하고 한 구절이 끝나는 부분에서는 잠시 말을 멈춰 제대로 이해할 시간을 준다. 난청 환자들이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경우 같은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좀 더 쉬운 단어로 바꾸어 얘기한다. 특히 보청기에 적응 중인 노인과 말할 때는 조용한 곳에서 한 명씩 대화한다.

대화를 할 때의 거리는 70cm∼1m가 적절하다. 시선을 맞추기에도 좋다. TV나 라디오 등 주위 소음을 줄이고 직접 대화하는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한다. 한꺼번에 여러 소리가 들리면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을 예방하려면 노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난청을 악화시킨다. 시끄러운 소리에 오래 노출되는 것 역시 귀에 해로우므로 TV 시청시간을 줄이는 등 일상생활에서 소음을 줄여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과 치료약도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녀들이 나이 든 부모의 식사량 조절 등 성인병 예방과 관리에 노력하면 청력이 쇠퇴하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약물도 청신경에 영향을 준다. 주사용 항생제나 장기간 약물 복용 이후 청력 이상이 느껴질 때는 복용을 중단하고 진찰을 받는다. 55세 이후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청력검사를 받도록 한다. 또 흡연도 난청과 관련이 큰데 직접적인 흡연뿐만 아니라 간접흡연도 난청을 유발한다.

○ 보청기 사용 전에 귀 검사 필수

노인성 난청일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장비는 보청기다. 보청기를 잘만 사용하면 소리를 잘 듣는 것은 물론이고 이명 증상도 개선돼 노년기 삶의 질이 높아진다. 보청기를 고를 때 비싸고 귀가 편한 것이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정확한 진단’이다. 청각사의 정확한 검사와 전문의의 올바른 처방에 따라 보청기를 고르는 것이 최선이다.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으면 부적절한 보청기를 착용하게 되고 결국에는 남아 있는 청력까지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가령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듣는 데 문제가 있는 노인이 모든 주파수를 증폭시키는 일반 보청기를 사용하면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소음만 크게 들리며 고막 통증으로 고통은 더 심해진다.

보청기에 완전히 적응하려면 대개 1∼3개월의 재활훈련이 필요하다.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집 안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된 보청기가 있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상태와 보청기 기능을 점검해 재활용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조양선 이비인후과 교수,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김희남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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