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태권V’ 현실화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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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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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동작 그대로 따라하는 로봇
근적외선을 이용한 BMI 응용 가능

1976년 7월 24일 ‘태권브이’라는 토종 로봇 만화영화가 개봉했다. 방학을 맞아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은 열광했고 태권V는 한국 로봇의 대명사가 됐다.

그로부터 30년 뒤인 2006년, 동아사이언스와 과학기술자들은 실제로 태권V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제안했다. 꼭 필요한 기술로 △동작제어 △비행 △뇌파조종 △무기 △센서 △재료 △힘 △에너지 △시스템 △기지 등 10개가 꼽혔다. 이 중 뇌파조종, 무기, 재료, 에너지 등 4가지 분야는 당시에 씨앗이 될 만한 과학기술이 없어서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냈다. 상상력에 의존했던 4가지 기술도 2011년의 과학기술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태권V가 하늘을 가볍게 날기 위해서는 티타늄(Ti) 합금에 탄소나노튜브(CNT)를 섞은 ‘티타늄 나노복합재료’가 필요하다. 단단한 티타늄보다 15∼20배 강하면서 20% 가볍기 때문이다. 티타늄에 CNT를 섞어 강한 재료를 만드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리에 CNT를 넣어 강도와 마모성을 2배 이상 강하게 만드는 기술은 개발됐다. 2006년 태권V 재료로 티타늄 나노복합재료를 제안했던 김경태 재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직은 동전 크기 정도지만 10년 뒤에는 더 큰 CNT 복합재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태권V는 ‘광자력빔’이라는 레이저 무기를 사용한다. 하늘을 날면서도 정교하게 적들을 공격해 추락시킨다. 5년 전에도 레이저 기술이 있었지만 움직이면서 목표물을 파괴할 만한 정확성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은 비행 중인 보잉747기에서 레이저를 쏴 날아가고 있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레이저 출력이 1메가와트(MW)로 건물을 파괴할 수 있는 100MW보다 작지만 이동 중에 날아가는 물체를 맞힌 것은 놀라운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태권V는 조종사 훈이의 태권도 동작을 그대로 따라한다. 뇌와 기계를 잇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때문이다. 현재 BMI는 손목과 어깨 등 관절 부위의 움직임만을 재연할 수 있다. 복잡한 동작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찾기 위해서는 두개골을 열고 뇌 속에 직접 수천 개의 전극을 꽂아야 한다. 태권V에 BMI를 제안했던 신형철 한림대 의대 교수는 “전극을 뇌에 직접 꽂는 것은 어렵지만 이 대신 근적외선을 이용한 BMI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근적외선을 뇌에 쬐이면 사람이 움직일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를 찾을 수 있다.

또한 140t의 태권V가 쉬지 않고 움직이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태권V의 동력원으로 핵융합 발전을 제안했다. 핵융합에 사용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5g으로 석유 5만 L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권면 핵융합연구소 KSTAR운영사업단장은 “난제 중 하나였던 고온플라스마 경계의 불안정 현상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며 “문제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상용화가 조금씩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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