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괄수가제’ 이달말 첫 논의… 내용과 쟁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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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진료땐 환자부담금 늘어나
의사들 반발 여전… 효과 미지수

질병군별로 비슷한 진료수가에다 별도의 보상금을 주는 신(新)포괄수가제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처음으로 논의된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신포괄수가제가 이달 말 열릴 건정심 안건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복지부 이스란 보험급여과장은 “지금 시범 실시 중인 신포괄수가제의 효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론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포괄수가제보다는 신포괄수가제의 확대 실시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 환자부담금 일정한 포괄수가제

포괄수가제는 질병별로 의료서비스의 양에 상관없이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는 게 목적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1월 7개 질병군(백내장 수술,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 치질 수술, 서혜 및 대퇴부 탈장 수술, 맹장염 수술,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 제왕절개술)에 포괄수가제가 도입됐지만 의료기관별로 임의로 선택하게 했다. 또 7개 질병을 제외한 나머지 질병은 의사의 진료 행위마다 수가를 매기는 ‘행위별수가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예를 들어 포괄수가제를 실시하는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눈 상태 검사부터 수술까지 모두 합쳐 보험금과 환자 부담금은 이미 정해져 있다. 눈의 절개 부위를 절반으로 줄이는 신기술을 이용한다고 해도 부담금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반면 행위별수가제를 택한 병원에서는 검사와 수술 행위 하나하나에 가격을 매기고 보험 급여를 청구한다. 병원에서 검사를 하나 더 한다면 환자는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

현재 의원에서는 80% 이상이 7개 질병에 포괄수가제를 실시하지만 대형 병원에서는 선택 비율이 낮다. 전체 보험 급여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대형 병원들이 포괄수가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그만큼 진료비 절감 효과도 적다. 큰 병원들이 포괄수가제에 반발하는 이유는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막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 신포괄수가제 효과는 미지수

병원의 반발로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절충으로 나온 게 신포괄수가제다. 신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병원은 질환별 포괄수가에다 별도의 보상금을 받는다. 별도 보상항목은 10만 원 이상의 진료 행위나 약제비, 첨단 기기를 이용한 수술이 포함된다. 의사가 고급 진료를 많이 하면 환자가 돈을 더 내야 하는 게 포괄수가제와는 다른 점이다.

이런 제도는 2009년 4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20개 질병군에 대해 시범 실시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76개 질병군으로 시범사업 적용 질병군을 늘렸다.

올 7월부터는 일산병원에서 시범 사업 질병군을 5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부산 대구 남원 등 3개 국립의료원에서 76개 질병군에 대해 신포괄수가제를 실시한다. 앞으로 주요 질병을 대부분 포함하고 환자의 80%가 신포괄수가제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신포괄수가제 정책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신포괄수가제는 현재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진료 중 상당수를 건강보험 항목으로 끌어들인다. 따라서 제도 시행 초기에는 보험금 지출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평가’에 따르면 일산병원에서는 2009년 7월부터 1년간 신포괄수가제에 따른 진료비 지출이 행위별수가제보다 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은 보험금 지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출이 줄어드는 시기가 언제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의사들의 반발이 여전한 것도 문제다. 신포괄수가제에 참여한 일산병원 의사 13명 중 11명이 의사의 진료권 보장 등을 이유로 행위별수가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포괄수가제+신포괄수가제 시행 일지::


―2002년 1월 7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 실시, 의료기관별 임의 선택
―2009년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20개 질병군 시범 실시
―2010년 7월 일산병원 신포괄수가제 실시 질병군 76개로 확대
―2011년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포괄수가제+신포괄수가제’ 논의 예정
―2011년 7월 부산, 대구, 남원 국립의료원에서 76개 질병군 시범 실시.

일산병원은 500개 이상 질병으로 확대 실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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