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사례 1. 아이가 로봇과 함께 놀다가 팔이 부러졌다. 제조회사에 항의했더니 ‘손아귀 힘을 너무 강하게 설정한 것 같다’며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했다.
#가상 사례 2. 가정용 로봇을 구입했지만 후회가 막심하다. 툭하면 물건을 떨어뜨리지만 과일을 가져오라고 하면 과즙이 뚝뚝 떨어지도록 세게 움켜잡는다.
인간형 로봇은 두 발로 걷고 달리고, 춤추는 단계에 도달했다. 과학자들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완벽한 손 기능을 익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밀한 부품을 척척 집어내는 산업용 로봇손은 있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프로그램에 따라서만 움직일 뿐이다. 일본의 아시모 등 현재까지 잘 알려진 인간형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런 로봇은 대부분 ‘안트로포모르픽(의인화)’ 방식의 손을 달고 있다. 손가락을 움직여 보일 수는 있지만 물건을 잡고, 옮기는 기능은 크게 떨어진다. ○ 효율 높은 집게형 vs 사람 닮은 손재주형
2010년 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는 서빙 로봇 ‘마루Z’를 선보였다. 마루Z는 길이 7.5cm 정도의 ‘집게’를 손에 붙이고 바구니, 식빵 등을 집어 옮겼다. 마루 시리즈는 2005년 처음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4번 바뀌었다. 그동안 모두 의인화 방식의 손을 달았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게 되자 ‘그리퍼(집게)’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오용환 KIST 책임연구원은 “튼튼한 손이 필요한 경우 집게 방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방식의 단점은 정해준 일 말고는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쓰던 로봇 팔을 자동차 공장에서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게손을 단 인간형 로봇이 가장 먼저 인간의 생활 속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필요할 때는 손을 바꿔 끼우는 식으로 기능성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미래형 로봇손’도 연구되고 있다. ‘덱스트러스(손재주)’ 방식이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로봇기술연구부와 성균관대 최혁렬 교수팀이 각각 연구하고 있다. KIST 인지로봇센터도 최 교수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손재주형 로봇손을 한발 앞서 개발한 곳은 KITECH이다. KITECH는 지난해 말 로봇 팔에 붙일 수 있는 손재주 방식의 로봇손 ‘KITECH HAND’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로봇손은 4개의 손가락에 총 16개의 관절이 들어 있다. 무게 1.1kg, 길이 23cm로 인간의 손보다 30% 정도 크지만 사람처럼 손끝으로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달리는 로봇으로 유명한 ‘휴보2’의 손은 의인화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손재주 방식도 가미했다. 다섯 개의 손가락 속에 가느다란 와이어를 넣어 사람의 힘줄을 대신했다. 쥐려고 하는 물건의 모양에 맞춰 손 모양을 바꾸며 ‘감싸듯’ 잡을 수 있다. 오준호 KAIST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장은 “작업성만 생각한다면 집게 방식이 가장 유리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의 장점을 접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젓가락질 가능한 로봇은 언제 나올까
손재주형 로봇손은 만들기가 까다롭다. 손가락이 다섯 개면 관절은 15∼20개가 들어간다. 공업용 로봇 4∼5대를 좁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꺼번에 일을 시키는 셈이다. 촉각을 대신하기 위한 각종 센서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소가 만든 ‘DLR-HIT’ 로봇손은 대당 2억 원 정도의 가격에 연구용 장비로 팔릴 정도다. 백문홍 KITECH 수석연구원은 “이런 로봇도 사람 손과 비교하면 아직 초라한 수준”이라며 “사람처럼 젓가락질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인간형 손이 나오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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