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수술, 무서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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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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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환자 간 대화로 편안한 분위기 조성
심리적 안정감 수술경과에도 긍정적 영향

“OOO환자 맞으시죠? 수술을 집도하는 OOO입니다.”

“저는 마취과 의사 OOO입니다.
마취 경력은 15년 됐습니다.
수술이 걱정되시겠지만
안전하게 마취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수술실에서 김은성 교수(마취통증의학과)가 수술 전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수술 전 환자와 수술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타임아웃’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수술실에서 김은성 교수(마취통증의학과)가 수술 전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수술 전 환자와 수술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타임아웃’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성모병원
최근 서울성모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은 권모 씨(48)는 수술 전 불안감을 느낄 틈이 없었다. 종교는 없지만 수술 대기실에서 수녀님과 두 손을 잡고 기도를 했고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 전까지 권 씨를 둘러싼 의사들이 이름을 밝히고 수술명, 수술부위, 수술시간을 자세히 설명했다. 의사에 대한 신뢰를 갖고 수술해서인지 경과도 좋았다. 권 씨는 “수술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보니 마음이 안정돼 몸도 빨리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수술내용 상세히 설명… 환자 마음에 믿음 심어줘

서울성모병원은 수술 전 환자와 수술명을 확인하는 ‘타임아웃’ 시간을 갖는다. 환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의료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JCI인증을 받기 위해 ‘타임아웃’을 도입했지만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생기면서 환자의 수술 만족도 역시 향상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08년부터 ‘타임아웃’에 활용하도록 수술안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전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수술 전 대화를 통해 환자의 불안감이 줄면 수술 경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는 수술대기실과 수술실 천장에 하늘 그림이 있다. 보호자와 떨어져 침대에 누운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오면 의사 간호사만 가득하기 때문에 분위기상 두려움을 느낀다. 이때 환자가 하늘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 전담간호사가 수술대기실부터 마취할 때까지 동행하면서 수술 내용을 설명하고 환자 정보를 재확인한다.


인터넷으로 수술후 소통… 지속적 대화 나누기도

이정언 삼성서울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수술장에 환자가 들어오면 이름, 나이를 묻기 전에 “어젯 밤 잠은 잘 주무셨나요” 하고 말을 건넨다. 잠을 못 잤다는 답이 대부분이다. 이어 “걱정되시죠?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술 잘될 테니 걱정마세요” 같이 용기를 주는 대화를 먼저 나눈다. 이 교수는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때가 수술장 문턱을 넘는 순간인 것 같다”며 “수술 전 대화가 인상적이었는지 회진할 때 ‘선생님이 따듯하게 얘기해주시고 마음을 안정시켜줘 고마웠다’는 말을 건네거나 감사카드를 보내온다”고 말했다.

박일환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 학회장)는 “수술 환자는 수술 경과나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며 “이 때 권위를 가진 의사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몇 마디만 건네도 환자는 정서적으로 안정돼 수술 경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합병증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후 환자와 소통하는 의사도 있다. 한석주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수술 후 환자관리를 하고 있다. 게시판에 환자가 질문을 올리면 한 교수가 틈틈이 응답을 해 준다. 지난해 한 교수에게 식도가 선천적으로 막혀서 태어나는 기관연화증 소아 환자가 수술을 받았다. 퇴원 후 갑자기 호흡곤란이 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교수는 즉시 보호자에게 내원하라고 연락했고 응급실에도 조치를 취했다. 퇴근했다가 병원으로 달려온 한 교수는 저산소증을 겪을 뻔했던 아이를 살렸다. 한 교수는 “수술 후에 지속적으로 소통하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며 “아직까지 의료 환경이 환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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