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폰 속 지인들 정보를 앱 업체가 통째로 사용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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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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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 ‘숨은 약관’ 조심

스마트폰용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는 직장인 정모 씨(39)는 얼마 전 아이폰에 저장한 모든 전화번호 정보가 자신도 모르게 빠져나가 다른 대화상대 등록에 사용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메신저 앱을 내려받을 때 관련 약관을 본 적도, 정보 이용 동의를 한 적도 없었다. 컴퓨터용 메신저와 달리 스마트폰의 메신저 앱은 앱스토어에서 내려받기만 하면 사용자의 주소록을 자동으로 검색하고 대화상대를 등록하도록 돼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내려받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전화번호 정보 이용을 허락하는 셈이어서 찜찜했다. 정 씨는 “다른 것은 몰라도 가입 시 내 주소록의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받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국내 아이폰3 이용자만 85만 명에 이르고,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가 3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스마트폰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앱 설치 때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약관 확인 및 동의 절차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반 웹사이트는 약관을 통해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 처리에 관한 부분을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리고 반드시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앱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

정 씨가 사용한 앱은 올해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대한민국 모바일앱 월별 ‘으뜸앱’을 수상하고 최근까지 다운로드가 70만 건에 이르는 아이폰의 인기 앱 중 하나다. 하지만 앱에 가입하는 순간 본인 주소록의 지인 전화번호 정보가 모두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본인의 휴대전화번호와 인증번호, 이름만 입력하면 곧바로 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 도중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내용을 고지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는 없다.

이 메신저 앱을 개발한 업체 관계자는 “애플 약관에는 ‘이용자가 앱스토어에 계정을 만드는 순간 애플이 심사한 앱스토어의 앱 약관에도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며 “개별 확인 절차가 없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으며 꼭 필요하면 앱스토어에 띄워 놓은 영문약관이나 웹사이트의 한글약관을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앱스’를 비롯한 다른 앱 마켓도 기본적으로 자체 심의를 통과한 앱에 대해서 개별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규정에 기대 개별 약관 확인 절차를 만들어 놓지 않은 앱은 이 메신저 앱만이 아니다. 같은 구동방식의 다른 메신저 앱도 대부분 약관 확인 절차가 별도로 없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박희운 연구원은 “일반 앱도 상황이 마찬가지”라며 “다른 것은 몰라도 개인정보의 경우 최소한 가입에 앞서 이용자에게 어떤 정보가 수집되고 처리되는지 공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앱의 개인정보 이용 방침이 거기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인터넷 수준의 약관 확인 절차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김지원 사무관은 “스마트폰으로 약관 전체를 확인하거나 설치할 때마다 약관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스마트폰에 맞는 약관 확인 절차를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이나 SK텔레콤의 티스토어의 일부 앱은 설치 후 이용에 앞서 ‘이 앱은 개인정보로 연락처를 수집한다’고 개인정보에 대한 이용 확인을 묻는 문구가 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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