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컴퓨터 혁명]<下>美‘국가슈퍼컴퓨팅응용센터’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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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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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도 가상공간서 미리 쏘아 볼 수 있다


우주로켓 시뮬레이션 정평
“발사 실패원인도 계산 가능”

美서 개발중인 ‘블루워터스’
세계 1~6위 슈퍼컴 합친 용량
태풍 발생 원인 손쉽게 분석

슈퍼컴이 쏘아올린 우주로켓 슈퍼컴퓨터로 구현된 로켓 발사 장면의 시뮬레이션. 로켓이 발사돼 날아가면서 고온의 배기가스와 공기가 소용돌이를 만들며 흩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소용돌이 모양은 로켓의 비행속도와 경로, 고도, 추진기관의 모양 등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 제공 일리노이록스타
슈퍼컴이 쏘아올린 우주로켓 슈퍼컴퓨터로 구현된 로켓 발사 장면의 시뮬레이션. 로켓이 발사돼 날아가면서 고온의 배기가스와 공기가 소용돌이를 만들며 흩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소용돌이 모양은 로켓의 비행속도와 경로, 고도, 추진기관의 모양 등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 제공 일리노이록스타
《미국 일리노이 주 일리노이주립대에 위치한 벤처기업 ‘일리노이록스타 (IllinoisRocstar LLC)’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한다. 무엇보다 슈퍼컴퓨터로 우주로켓이나 대륙 간 탄도미사일의 연소, 추진, 비행 등을 오차 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 연구에는 유명 대학 연구진도 참여한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로켓의 가스터빈 엔진 구조를, 유타대 연구팀은 폭발과 연소 과정을 담당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200여 명이 15년째 참여하고 있다.》지난달 말 이 회사 대표인 윌리엄 딕 사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도 간혹 로켓 시뮬레이션 연구를 해 달라는 문의가 온다”며 “나로호에 대해선 들은 적이 없지만 (자료가 있다면) 모의시험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시뮬레이션 기술과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있다면 나로호의 실패 원인도 계산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 복잡계 연구 슈퍼컴퓨터로 개척

‘나비효과’로 잘 알려진 ‘복잡계’를 실제로 분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슈퍼컴퓨터의 힘을 이용한 복잡계 연구가 활발하다. 복잡계란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구성요소를 분석해 특정한 사건과 현상을 유추하는 학문이다. 폭탄 테러의 피해 정도, 태풍의 진로 예측 등 많은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능력이 있는 컴퓨터가 없어서 제대로 연구하지 못했다. 최근 슈퍼컴퓨터 성능이 향상되면서 복잡계 연구가 한결 쉬워졌다.

딕 사장은 미국 국가슈퍼컴퓨팅응용센터(NCSA)가 만들고 있는 신형슈퍼컴퓨터 ‘블루워터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슈퍼컴퓨터 안에 있는 연산장치를 1000개씩 빌려 썼고 실험 한 번 하려면 4개월이 걸렸다”며 “블루워터스가 완성되면 앞으로는 몇만 개씩 쓸 수 있어 연구 속도가 몇십 배로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순간 최대 연산능력이 10페타플롭스(PetaFlops·1페타플롭스는 초당 1000조 번 연산)에 달한다. 2010년 6월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6위를 차지한 컴퓨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뛰어나다. IBM에서 새롭게 개발한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파워7’을 2만5000개 이상이나 사용한다. NCSA 존 타운스 기반시설책임자는 “CPU 1개에는 연산장치(코어)가 8개나 들어 있어 블루워터스는 모두 20만 개가 넘는 연산장치를 갖게 된다”며 “연산장치 각각의 성능도 과거보다 2배나 향상됐으나 크기는 오히려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보다 4, 5배나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딕 사장과 같은 이공계 복잡계 연구자들에겐 최고의 컴퓨터다.

블루워터스에 눈독을 들이는 연구팀은 또 있다. NCSA는 자체 연구팀을 두고 슈퍼컴퓨터로 태풍을 재현해 보는 연구를 하고 있다. 바람, 수증기, 일조량 등 수많은 변수를 몇 km 단위로 나눠 분석해 태풍의 생성 과정을 3차원(3D) 영상으로 만드는 연구다. 이 영상을 보면 지구, 대기 과학자들이 태풍의 발생 원인을 손쉽게 분석해 낼 수 있다.

○ 작년 슈퍼컴 4호기 국내 도입… 본격 연구 시작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로켓 점화 장면. 연료로 가득 찬 로켓모터 안으로 산화제가 섞여 들어가고 있다. 산화제와 만난 연료는 
연소반응을 일으키면서 고속으로 분출돼 로켓이 추진력을 얻는다.사진 제공 일리노이록스타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로켓 점화 장면. 연료로 가득 찬 로켓모터 안으로 산화제가 섞여 들어가고 있다. 산화제와 만난 연료는 연소반응을 일으키면서 고속으로 분출돼 로켓이 추진력을 얻는다.사진 제공 일리노이록스타
슈퍼컴퓨터 성능은 이처럼 기초과학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국내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지난해 슈퍼컴 4호기를 도입하면서 국내 과학자들은 세계 15위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KISTI 강궁원 박사가 주도하는 블랙홀 가상 충돌실험,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가 연구하는 우주 초기 진화과정의 시뮬레이션 연구 등 굵직한 가상현실 프로젝트의 실험 속도가 12.5배나 빨라졌다.

‘국가슈퍼컴퓨팅 육성법’을 발의한 정두언 국회의원(한나라당)은 “슈퍼컴퓨터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국가과학기술 역량도 높아진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배나섐페인=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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