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잔해 찾았지만… 한국, 핵심 데이터는 못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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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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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러, 14일부터 본격 조사

한국 ‘1단’ 접근 권한 없어
러 측 “우리가 검토후 결론”
러 언론 “2단 로켓 탓일수도”
원인 규명 장기난항 가능성전을”

10일 추락한 나로호(KSLV-I)의 동체 일부가 발견됨에 따라 나로호의 폭발 원인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해군이 10일 나로호 추락 지점인 제주도 남쪽 공해상에서 나로호 잔해물을 수거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발사실패 원인을 조사할 공동조사위원회(FRB)를 구성해 14일부터 공식 사고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 잔해물로만 원인 분석엔 한계

잔해물은 10일 오후 7시 21분과 8시 20분경에 1점씩 2점이 수거됐다. 그런데 잔해물 대부분을 거둬들인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폭발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윤웅섭 교수는 “나로호가 70km 높이에서 떨어졌으므로 수면에 부딪칠 때 속도는 초속 수십 m에 이를 것”이라면서 “이 정도면 나로호가 수십 cm 크기로 산산조각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발사 실패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1단 액체엔진의 경우 여러 부품을 결합해 조립했기 때문에 추락 후 원래 형태로 남아 있기 힘들다. 윤 교수는 “나로호의 경우 잔해물보다는 비행 데이터에서 실패 원인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한국, 1단 로켓 비행데이터 접근 못해

한-러 공동조사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원인 규명은 난항을 겪을 여지가 있다. 벌써부터 한-러 간에는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10일 나로호 발사 직후 열린 한-러 전문가 회의에서 나로호 비행 데이터를 제시하며 나로호가 ‘1단 연소 구간’에서 폭발했다는 결론을 전달했다. 그렇지만 러시아 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측은 나로호 추적시설의 하나인 제주추적소에서 수집한 나로호 1단의 비행 데이터를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 기관지는 11일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과 관련해 러시아 측에 책임을 돌리기 전에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 기관지인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나로호 발사 실패 원인이 흐루니체프 사(社)가 제작한 1단 발사체에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좀 더 공정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다른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 항공산업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나로호 실패 원인은 2단 발사체가 예정보다 빨리 분리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단 로켓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제주추적소에는 각종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추적레이더와 원격자료수신장비(텔레미트리)가 1기씩 설치돼 있다. 이들 기기는 나로호가 이륙 후 음속을 돌파하기 직전인 50초부터 나로호를 추적한다. 하지만 항우연 측이 이 데이터를 모두 받지 못한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리가 받는 데이터는 나로호의 비행운용에 꼭 필요한 일부 정보”라면서 “나로호 1단 로켓과 관련된 데이터는 러시아 측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이 1단 엔진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뒤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경우 원인이 오리무중에 빠질 수도 있다.

○ 3차 발사 좌우하는 요인

실패원인 규명은 나로호 3차 발사 여부와도 직결된다. 이번 발사 실패가 러시아가 개발한 1단 로켓의 문제로 판명나면 ‘2+1’ 계약(두 번은 무조건 발사하되 한 번이라도 실패할 경우 러시아가 세 번째 발사를 해줌)에 따라 3차 발사 가능성은 높아진다. 1단 로켓도 추가 비용 없이 러시아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발사 비용도 3차 발사 여부를 좌우하는 요인. 과학기술위성 2호의 경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제작에 들어간 과학기술위성 3호를 쓸 수 있지만 나로호와 규격이 맞지 않아 불가능하다. 우리가 개발한 2단 로켓을 새로 제작하는 데도 최소 수백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편 나로호 개발에는 3000억 원이 넘는 나로우주센터 건설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8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이 중 1단 로켓을 제공한 러시아에 2억 달러(2500억 원)를 지불했다.

고흥=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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