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이성진 교수의 아이러브 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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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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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보지 못한 우리 눈 속의 ‘해바라기’

불꽃같은 인생을 살았던 화가 고흐는 해바라기를 큰 애정으로 바라봤다. “자연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아. 자연이 말을 걸면 내가 속기로 받아 적는 셈이지.”

그의 일곱 번째 작품 ‘해바라기’는 1987년 일본의 야스다 해상화재보험회사가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3990만 달러(약 450억 원)에 사들였다. 2002년의 자산 재평가 때는 감정가가 무려 1억 달러(약 11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 작품은 도쿄 초고층 본사 건물의 도고세이지미술관에 전시돼 있는데, 다른 작품과 수준의 차이가 너무나 큰 탓에 비평가들은 ‘인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고흐는 해바라기 외에도 여러 꽃나무들을 즐겨 그렸다. 그중 하나가 같은 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390만 달러(약 600억 원)에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꽃 그림으로 기록된 붓꽃이다. 정신병이 악화돼 요양원에 있는 동안 고흐는 자신을 사로잡아버린 이 꽃에 대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황혼부터 새벽까지 나는 이 자연의 교향악에 젖어 나 자신조차 잊어버릴 지경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그림들이 어떻게 수백억 원이나 하는지 짧은 소견으로는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고뇌하던 고흐는 꽃에서 기쁨을 맛보았고, 스스로 꽃이 되었다. 꽃을 볼 때 느끼게 되는 고흐에 대한 한없는 연민이 그만한 가치를 만든 것이리라.

“아빠, 왜 고흐의 꽃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지혜야. 아빠는 가장 비싼 고흐의 이 꽃들을 눈 속에서 보아왔단다. 처음에는 아무리 봐도 해바라기를 닮은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붓꽃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곳은 바로 홍채(iris)이다. 해바라기처럼 생긴 홍채는 항상 빛을 향하고 있다. 어두울 때는 빛을 향하여 동공을 활짝 열어놓다가 햇빛이 비치면 동공을 최대한 좁혀 눈부심을 막고 초점 심도를 높인다. 이때부터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밀고 당기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홍채에 있는 별 모양의 수많은 주름들이 중앙의 둥근 블랙홀 동공을 중심으로 날갯짓을 한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안과 의사들만의 축복이다.

“그러고 보니 해바라기와 홍채는 비슷한 점이 있네요. 그런데 붓꽃은요?”

홍채가 붓꽃(iris)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름이 같아서도 아니고, 모습이 비슷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홍채를 들여다보고 행복을 발견하려는 내가 붓꽃에 매료된 고흐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힘들고 외로운 시절이 있었다. 그때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화창한 어느 날 우연히 그녀의 눈과 똑바로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짧은 순간에 그녀의 춤추는 홍채를 보게 되었다. 홍채에 연결된 신경의 줄을 타고 중앙에 있던 검은 동공 속으로 그녀의 마음이 투영되는 순간 난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마치 요양원의 고흐처럼 붓꽃과 하나가 됐다.

홍채는 그런 곳이다. 항상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와 같은 곳, 그리고 힘든 시절 한 남자를 감동시킨 붓꽃과 같은 곳, 그리고 해바라기나 붓꽃보다 더 소중한 그녀의 마음이 전달되는 곳 말이다.

이성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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