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로 기자옆구리 퉁퉁 치고 핸드볼 공만한 대변 ‘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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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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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기자가 만난 동물들

1835년 갈라파고스에 상륙한 찰스 다윈은 자신의 저서인 ‘비글호 항해기’에서 “(핀치)새 몇 마리가 있었지만 그것들은 나에 대해 거북만큼도 관심이 없었다”고 썼다. 날개를 덥석 잡아도 순순히 몸을 맡길 만큼 핀치새는 인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 덕에 다윈은 핀치새의 부리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었고 섬마다 다른 부리 모양은 진화론의 핵심적 근거가 됐다.

기자가 핀치새를 처음 만난 건 섬을 돌아보기 위해 탔던 택시 안에서였다. 핀치새는 정차해 있는 택시 사이드미러에 앉더니 신기한 듯 실내를 두리번거렸다. 부리 모양을 보기 위해 얼굴을 들이대니 푸드덕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숲에서 만난 자이언트거북은 지름이 1m쯤 되는 등딱지를 뒤뚱뒤뚱 흔들며 걸었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방문 당시 거북의 등딱지 모양이 섬마다 다르다는 현지인의 말을 듣고 진화론에 착안했다. 나무 이파리를 먹고 사는 거북은 고개를 높이 들어야만 살아남다 보니 풀이 많은 지역의 거북보다 목 부분 등딱지가 위로 솟아있었던 것.

등딱지를 자세히 보기 위해 뒤따라가는데 거북이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곤 꽁무니에서 걸쭉한 반죽을 한 무더기 떨어뜨리더니 부르르 떨었다. 진한 녹색 대변은 핸드볼 공만 한 크기였다. 거북은 기자가 앞쪽에 나타나자 자세를 낮추며 멈췄다. 그리곤 ‘꾸웅’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등딱지 안으로 넣었다.

갈라파고스 해변가에는 수백 마리의 바다사자가 나른한 모습으로 낮잠을 잤다. 워낙 수가 많다 보니 어미를 찾으려는 새끼들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젖꼭지가 보일 때마다 주둥이를 들이댔다. 어미들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자기 새끼가 아니면 거칠게 내쳤다. 육지에선 느린 바다사자들이지만 물속에서는 무척 날렵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만난 바다사자들은 기자를 가운데 두고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더니 꼬리로 기자의 옆구리를 퉁퉁 쳤다.

얼마 뒤 한바탕 물고기 떼가 몰려들더니 그 사이로 길이가 1.5m쯤 되는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망치상어였다. 얼굴이 가로 30cm 정도의 널빤지처럼 생겼고 양끝에 눈이 달렸다. 기자는 “상어를 보면 움직이지 말라”는 말이 떠올라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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