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객 많을땐 뒤 열차 타야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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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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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시간 되레 길어지며 평균 속도 늦어져
측정 결과 15개역 가는동안 5분 단축 가능

붐비는 지하철에 무리하게 타기보다 다 같이 다음 지하철을 이용하면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붐비는 지하철에 무리하게 타기보다 다 같이 다음 지하철을 이용하면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매일 오전 출근시간만 되면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열차에 무리하게 타지 말고 다음 열차를 이용하면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꽉 찬 지하철에 무리하게 타는 사람들 때문에 지하철은 매번 1∼2분 늦게 출발하기 일쑤다. 사실 후속열차가 앞 열차를 추월할 수도 없는데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안내방송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무슨 의미일까.

한국철도연구원 문대섭 철도교통물류연구실장은 “승객 대부분이 다음 열차를 이용하면 실제로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며 “추월이 아니라 앞뒤 열차의 속도가 같이 빨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승객 수와 정차시간에 따라 지하철 지연 시간을 계산할 수 있는 수학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지하철은 기차와 달리 역 사이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속도를 내더라도 전체 구간의 평균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다. 즉, 역에서 정차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2007년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이 어떤 과정으로 지연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한 번 지연된 차량은 역마다 지연시간에 늘어난 승객을 태우다 정차시간이 길어져 15개 역이 지나면 최대 7분까지 늦어졌다. 이 여파는 뒤에 오는 15개 열차에까지 미쳤다. 문 실장은 “승객이 많은 신도림역이나 사당∼삼성역 구간에서 혼잡한 열차를 보내고 다음 차량을 이용하면 승객은 열차간격 시간인 2분만 늦을 뿐이지만 무리하게 열차를 타면 좁은 객실에서 피곤한 상태로 서 있다가 결국 7분이나 지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대기하고 있는 승객 중 몇 %가 탈 때 지연시간을 가장 줄일 수 있는가’를 수학 모델로 만들려고 한다. 무조건 다음 열차를 타라고 안내하기 전에 승객들이 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값은 신도림, 사당, 교대역처럼 환승객 수가 많은 역에서 타고 내리는 평균 승객 수다. 이 수를 알아야 정차한 열차에 얼마나 더 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승객 수를 정확히 측정할 방법은 현재 없다. 문 실장은 “지하철 차량의 무게를 측정하면 승객 수의 변화를 어림할 수 있지만 관련 장비가 설치된 차량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환승역에서 정차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있다. 각 역사에서는 차량에 골고루 승객을 분산하기 위해 계단이 없는 곳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계단과 가까운 특정한 차량 문에 사람이 몰리면 이로 인해 열차 전체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철도연구원 김동희 선임연구원은 “빨리 가기 위해 특정한 문 앞에 기다리지만 혼잡시간에는 결과적으로 늦게 가는 셈”이라며 “지하철의 문마다 센서를 달아 승객 수 정보를 다음 지하철역에 전송하면 빠른 승하차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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