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복지부 건보지원 확대 놓고 또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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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때문에 최신약 못 써서야” vs “재정 악화되면 혜택 더 줄어”

1000원이라는 돈으로 10원짜리 약을 100명에게 주는 것이 좋을까. 그보다 효과가 좋은 500원짜리 약을 두 명에게만 나눠 주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돈을 더 걷어서 1만 원을 모으는 것이 우선일까.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과 비싼 최신 약을 둘러싸고 보건복지가족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와 대한심장학회는 26일 “돈이 부족하니 항혈전제는 아스피린만 쓰라고 의료계에 강요하는 복지부의 고시는 옳지 않다”며 고시 철회를 요구했다. 복지부는 20일 항혈전제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변경하는 ‘요양급여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고시에 따르면 앞으로는 심혈관질환 환자의 경우는 1년이 지나면 아스피린만 써야 한다. 또 뇌중풍(뇌졸중) 환자는 재발하거나 위장출혈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있어야 아스피린 외에 다른 약품을 쓸 수 있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중풍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아스피린 이외에도 클로피도그렐(플라빅스)이나 디피리다몰(페르산친)을 써야 되는데 정부는 학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제1회 항암정책 포럼에서도 의료계와 복지부의 견해차는 그대로 드러났다. 방영주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더 좋은 항암 치료제가 나왔는데 정부에서 쓰지 말라고 하면 쓸 수가 없다”며 “의료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보험이 되는 만큼만 치료하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더 비윤리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담도암의 경우 젬즈, 시스플락신 같은 약이 임상적으로 잘 듣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합법 약과 불법 약을 나누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건강보험 비용을 조금씩 올려도 반발이 거센데 최신 치료약을 다 허용할 경우 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의사들은 시장에 나온 약을 다 써보고 싶겠지만 그런 식으로 한번 제약이 풀리기 시작하면 의료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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