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장비-환자 서비스 러 병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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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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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부유층 싱가포르행 선호… 한국 잘 모르는탓”
신속한 진료 - 양한방 협진 시스템도 높이 평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외국인 의사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에서 3명의 러시아 의사가 교육을 받았다. 왼쪽부터 리나 브로니슬라보브나 박, 타치아나 알렉산드로브나 고르바치, 바딤 도스토발로프 씨. 사진 제공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외국인 의사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에서 3명의 러시아 의사가 교육을 받았다. 왼쪽부터 리나 브로니슬라보브나 박, 타치아나 알렉산드로브나 고르바치, 바딤 도스토발로프 씨. 사진 제공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최근 한국을 찾는 러시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소속 의료기관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국내 병원을 찾은 러시아 환자는 지난해보다 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하반기 들어 더 많은 러시아 환자가 국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의료를 알리기 위해 외국인 의사를 초청해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의사가 먼저 한국 의료를 충분히 알아야 환자도 싱가포르가 아닌 한국을 택한다는 것.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의 의사 3명이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에서 9월 7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연수교육을 받았다. 24일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만나 한국 의료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 의료관광 홍보위해 러 의료진 초청연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립병원 신경외과 의사인 바딤 도스토발로프 씨(31)는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주일 무렵 참여한 수술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도스토발로프 씨는 수술에 3번 참여한 바 있다.

그날 오전 7시 반경 의식을 잃은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바로 30분 전 목욕탕에서 쓰러진 뇌출혈 환자였다. 수술 방법은 러시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신속함이었다. 바딤 씨는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에 대한 진단이 내려지고 바로 수술이 이뤄졌으며 며칠 뒤 걸어서 퇴원했다”며 “러시아에도 이런 훌륭한 응급체계가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나 양전자단층촬영(PET-CT) 장치 같은 첨단 장비가 크게 부족하다. 그 때문에 뇌신경과 관련된 진단과 수술이 일부 종합병원을 빼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는 “동서신의학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도 이런 장비를 모두 구비하고 있는 점에 놀랐다”며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첨단 의료장비를 이용한 진단과 치료기술을 배울 수 있었던 점은 매우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텐트를 삽입하는 수술, 현미경을 이용하는 수술, 눈썹 부위를 절개해 뇌경색 치료를 하는 수술 등 3, 4가지의 새로운 수술기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보스토크 국립대병원의 신경과 의사인 타치아나 알렉산드로브나 고르바치 씨(35·여)도 “머리 부분을 정확히 찍을 수 있는 첨단장비인 두경부 MRI와 수면뇌파검사기(EGG)는 이번에 처음 접해 봤다”며 “이번 경험을 살려 러시아에서 다양한 연구논문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인 출신으로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아카데미병원 류머티스 내과의사인 리나 브로니슬라보브나 박 씨(36·여)는 동서신의학병원의 양한방 협진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와 달리 류머티스 진단과 치료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많은 지식을 습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한방치료는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로웠고 양한방 치료가 환자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러시아에 돌아가서도 한방치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의사들은 한국 의료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이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고르바치 씨는 “직접 한국 의료를 체험해 보니 의료진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걸 알게 됐다”며 “특히 진단이 정확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하며 첨단장비를 갖춘 점은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스토발로프 씨는 “환자에 대한 서비스가 러시아 병원을 훨씬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는 병원의 서비스 문화가 거의 없는 반면 한국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병원 직원들도 서비스 정신이 높다는 것. 도스토발로프 씨는 “특히 외국인 환자가 요청했을 때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관광 안내까지 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한국 병원은 환자 정보를 모두 컴퓨터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어 신속한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극동 러시아의 부유층 환자들은 주로 싱가포르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가 범정부 차원에서 마케팅 활동을 오랫동안 벌여 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어느 나라로 진료를 받으러 갈까는 전적으로 환자의 선택”이라며 “만약 러시아 환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한국 의료에 대해 알게 된다면 싱가포르가 아니라 한국을 택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수준이나 서비스가 싱가포르보다 떨어지지 않는데다 거리가 더 가깝다는 것.

도스토발로프 씨는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도 잘 활용하면 해외 환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연수기간에 한국의 여러 곳을 방문했으며 설악산의 단풍에 매료됐다며 “원더풀”을 연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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