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온배수로 넙치-대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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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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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원전 양식장 안에서 직원들이 원전에서 나온 온배수를 이용해 양식한 넙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영광원전 양식장 안에서 직원들이 원전에서 나온 온배수를 이용해 양식한 넙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국내배출량 1134억t… 비닐하우스 등 활용도 높아
미세조류 양식땐 육상작물보다 150배이상 효율적

일본 홋카이도 지역에 가면 도로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로드히팅시스템’을 자주 볼 수 있다. 눈길에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를 데우는 시설이다. 대개 온수 배관을 설치하거나 전기 열선을 깐다. 특히 이 지역의 도로 중 4.1km는 가까운 발전소에서 나온 ‘온배수’를 사용하고 있다.

온배수는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쓰고 버리는 따뜻한 물이다. 국내에선 그냥 버리는 일이 많지만 해외에서는 수산업, 농업 등에 종종 활용한다. 프랑스 로젠 열대식물원이 2km 떨어진 원전의 온배수를 끌어와 난방에 활용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온배수를 그냥 버리면 해수의 온도 상승을 일으켜 어민 피해를 일으킨다는 우려가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온배수를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강도형 연구원은 13일 울진 동해연구소에서 열린 ‘녹색에너지 청색혁명 심포지엄’에 참석해 “미세조류는 수온이 15도 이하일 경우 번식을 중단한다”면서 “온배수를 이용하면 국내에서도 미세조류를 아열대 바다처럼 키워 높은 생산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온배수를 이용해 양식장에서 미세조류를 대량으로 키우고, 이를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로 바꾸자는 것이다. 미세조류를 아열대 기후에서 양식할 경우 육상작물보다 150∼200배나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젠 식물원처럼 온배수를 농업용 난방열로 활용하자는 구상도 발표됐다. 박현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약 9917m²(3000평)의 비닐하우스를 온배수로 난방하면 경유보일러를 쓰는 것보다 연간 1억6000만 원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온배수 연구에서 가장 앞선 곳은 양식업이다. 영광, 월성 원전은 이미 내부에 연구용 온배수 양식장을 마련해 넙치, 대하 등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키운 물고기는 수자원을 늘리기 위해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박철원 해양연 연구원은 “국내 양식어종은 따듯한 물에 사는 종류가 많아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차가운 바닷물을 데워서 써야 한다”며 “원전에서 나온 온배수를 이용하면 겨울에도 값싸게 양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벌써 경상북도는 15억 원을 들여 2013년까지 울진에 원전 온배수를 이용한 양식장을 지을 계획이다. 매년 넙치 36t, 전복 30t가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박 연구원은 “국내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는 연간 1134억 t”이라며 “이 자원을 양식장으로 돌리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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