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도독, 오도독~’ 소리마저 구수한 웰빙 푸드, 누룽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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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2시 30분


손쉽게 조리하고, 영양소도 챙기고, 칼로리는 낮아… 등산, 낚시, 캠핑에서도 각광!

추억으로만 간직하기엔 아쉬운 것이 있다. 군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짓던 시절, 밥을 다 푸고 난 뒤 어머니가 긁어주던 누룽지가 바로 그것이다. 물기 없게 밥을 짓고 나면 새까만 가마솥 바닥에 노릇하게 눌은 누룽지는 먹을 것이 없던 옛날, 최고의 먹을거리였다.

온기가 남아있는 누룽지에 설탕을 솔솔 뿌려 먹으면 그만한 간식이 없었다. 딱딱해진 누룽지는 물과 함께 다시 끓여 누룽지 밥을 해 허기를 채우기도 했다.

40대 이후의 세대들은 어머니가 숟가락으로 누룽지를 긁던 ‘달그락’ 소리마저 구수했다고 회상한다.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오도독 오도독 씹으면 너무 고소해∼.” 지난날, 천자문을 외울 때 노래를 만들어 부를 만큼 친근했던 대표 간식 누룽지.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발전하면서 누룽지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아련한 추억의 일부로 사라졌던 누룽지가 최근 돌아오고 있다.

○ 한국인의 주식, 왜 쌀일까?

쌀이 우리 식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벼의 생산량이 많아진 통일신라시대 때부터다. 쌀이 보급되기 이전의 주식은 피, 기장, 조, 보리, 밀 등 여러 가지 잡곡이었다.

쌀은 다른 곡류에 비해 영양소가 다양하고 체내 이용률이 좋다. 무엇보다 쌀의 주성분인 녹말은 복합 탄수화물로 포도당 등의 단순 탄수화물에 비해 위에 주는 부담이 적고 소화율(쌀 98%, 밀 85%)도 높다.

한국식품연구원 박종대 박사는 “쌀에 길들여진 중장년층, 노인층이 밀로 만든 가공식품을 먹었을 때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쌀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우유단백질(카제인), 대두단백질(글리시닌) 등 다른 단백질보다 체내에서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농도를 낮게 유지하는 기능이 우수하다. 또한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고 무기질과 비타민 등의 영양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쌀은 식이섬유의 공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식사 뒤 혈당량이 증가하는 것을 억제해 당뇨병의 예방에도 유효하다.

쫄깃한 인절미와 달짝지근한 식혜, 고추장과 된장, 막걸리와 소주….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쌀은 영양을 고루 갖춘 주식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도 쓰인다. 오랜 기간 한국인의 주식으로 함께해온 쌀. 그래서 쌀로 만든 음식의 전통과 변천사를 보면 한국인의 역사를 알 수 있다.

○ 맛도 영양도 구관이 명관!

쌀로 만드는 전통음식 중 우리와 가장 밀착된 것은 누룽지다. 좋은 쌀을 재료로 한 누룽지는 소화흡수가 좋을 뿐만 아니라 가공되지 않는 자연식품이기에 영양이 높다. 누룽지를 씹어 먹으면 아미노산이 풍부한 침이 많이 분비되고, 턱관절 운동으로 뇌에 자극을 줘 뇌혈관질환도 예방하는 효과를 낸다.

누룽지를 끓인 물인 숭늉 또한 짜고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산성으로 변한 입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해 한국의 대표음료로 손색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쌀로 밥을 지어먹는 문화권인 나라가 더러 있지만 일상적으로 누룽지와 숭늉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거나 넘어가도 위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는 병으로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는 ‘열격((열,일)膈)’은 누룽지로 치료한다.” 허준의 책 동의보감에서는 누룽지를 ‘취건반(炊乾飯)’이라 부르면서 누룽지를 달여 아무 때나 마시는 약으로 쓸 것을 권하기도 했다.

누룽지는 밥을 지을 때 뜸을 들이는 과정에서 솥 바닥에 물기가 없어지고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갈 때 만들어진다. 여기서 3∼4분이 지나면 솥바닥의 쌀밥은 갈색으로 변한다. 이때 쌀의 전분은 분해돼 포도당이 된다.

그래서 누룽지에서는 살짝 탄 전분의 구수한 맛과 포도당의 단맛이 난다. 누룽지의 고소함은 어떤 향신료도 흉내낼 수 없는 한국의 유일한 맛이다.

○ 다양한 요리, 간편한 조리…주부, 누룽지에 주목하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선 누룽지가 인기다. 누룽지 백숙, 누룽지 피자, 누룽지 순두부, 누룽지 탕수육 등…. 누룽지를 넣어 만든 음식은 누룽지 특유의 구수함이 더해져 맛은 더욱 일품이다.

특별히 요리를 하지 않고 물만 넣어 끓여 먹어도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누룽지는 밥이 익는 과정에서 영양분이 아래로 내려와 솥 바닥 부분에 몰리기 때문에 영양가가 높고 든든함도 느낄 수 있다. 대신 칼로리는 높지 않고 쌀눈에 함유된 성분에는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바삭함은 과자보다 더해 아이들 간식거리로도 제격이다.

누룽지는 왜 사라져 갔던 걸까? 바로 전기밥솥이 보급되면서다. 누룽지는 가마솥이 아니면 만들기에 번거로움이 따른다.

누룽지의 이런 단점을 보완해 누룽지 기능이 있는 밥솥과 누룽지 프라이팬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누룽지가 최근엔 간편 조리식품으로 나왔다.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준비과정의 번거로움이 없어 주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빠서 식사를 거르기 쉬운 현대인에게도 인기가 좋다. 휴대도 간편해 여행, 등산, 낚시 등 레저활동 시 요기를 하기에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맛과 영양, 편리성을 갖췄다는 것.

○ 팔방미인, 누룽지를 아시나요∼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제품화되기 시작한 누룽지는 최근 ‘컵 누룽지’로까지 진화했다. ㈜오뚜기가 내놓은 ‘옛날 구수한 누룽지’는 종이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이 지나면 구수하고 바삭한 누룽지를 맛볼 수 있는 신개념 식품이다.

오뚜기 측은 “가마솥과 같은 재질인 무쇠판에 직접 구워 옛날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서 “구울 때 쌀을 누르면서 쌀알에 균열을 만들어 밥알에 물이 잘 스며들게 하는 원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요즘, 컵 누룽지의 탄생은 쌀 소비 촉진이란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오뚜기는 “한국인의 체질에 잘 맞는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해 영양도 놓치지 않았다”면서 “방부제나 첨가물도 쓰지 않아 기능 면에서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누룽지 레시피를 개발하고 소비자 초청 시식회를 여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추진하는 단체들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 이들 단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입맛에 맞는 누룽지의 장점을 부각해 쌀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계획이다.

누룽지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 가고 있다. 국내산 쌀로 만든 누룽지와 숭늉은 지난해 이미 미국으로 수출을 개시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누룽지가 즉석제품으로 출시돼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누룽지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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