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예방’ 치매백신 머지않았다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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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더는 불치병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 원인을 찾아내면 치료가 가능하고 다양한 치료 약물도 개발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치매가 더는 불치병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 원인을 찾아내면 치료가 가능하고 다양한 치료 약물도 개발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치매원인별 치료법 어디까지

지난해 국내 치매 유병률은 8.4%였다. 65세 이상 노인 42만 명이 치매 환자라는 얘기다. 2027년에는 치매노인이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치매는 노화 과정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질병이라 치료할 수 없다는 오해를 많이 샀다. 그런 치매도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원인 질환을 없애면 회복될 수 있다. 설령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해도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진행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었고 나아가 치매가 발병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예방백신도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21일 ‘세계 치매의 날’을 맞아 치매 원인에 따른 치료법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검토해 본다.

○ 뇌신경 퇴행성 치매가 71%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어림잡아 70가지가 넘는다. 국내의 경우 이를 크게 분류하면 뇌신경 퇴행성 치매가 71%, 혈관성 치매가 24%, 기타 치매가 5% 정도다.

가장 비중이 높은 뇌신경 퇴행성 치매는 뇌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알츠하이머병, 환각이나 환시 같은 정신병적 질환을 동반하는 루이체 치매,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성격이나 이상행동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전두엽·측두엽 치매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런 뇌신경 퇴행성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회복이 쉽지 않다. 다만 다양한 치료약이 개발되고 있어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특히 이상행동을 일으켜 보호자를 힘들게 하는 증상을 많이 누그러뜨리는 약도 많다.

혈관성 치매는 뇌중풍(뇌졸중)이 변수다. 일단 뇌중풍이 일어나면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쉽지 않다. 일단 치매에 걸리면 인지 기능 개선제나 항혈소판 제제로 치료한다. 이 경우에도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뇌중풍의 원인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심장병, 고지혈증, 당뇨병을 치료하고 금연하며 적절한 운동을 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기타 치매로는 갑상샘 등 대사성 치매, 뇌종양·뇌손상·영양결핍에 의한 치매 등이 있다. 이는 다른 치매와 달리 초기에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면 뇌를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이런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알코올의존증, 매독, 에이즈 등이 있다.

항체 투입해 독성물질 소멸시켜
혈관성 치매, 뇌중풍 차단이 관건

○ 미토콘드리아 활성화시켜 뇌세포 죽는 것 막아

지금까지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신경 퇴행성 치매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를 주로 해왔다. 완전한 치료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예방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백신은 거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알츠하이머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여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원인 물질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활동하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이 물질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학설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현재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백신들은 바로 이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분해해 치매를 막는 원리다. 현재 엘란과 와이어스에서 백신을, 화이자에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와이어스는 알츠하이머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4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에 대한 항체를 사람의 몸에 투입하면 그 항체가 베타아밀로이드에 달라붙어 함께 소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 제약사 엘란은 인간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베타아밀로이드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도록 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의 약효는 동물실험에서 입증됐지만 2상 임상시험에서는 뇌염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나타나 2002년 일시적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이후 생백신(바이러스 독성을 약하게 만든 백신)을 사백신(바이러스를 죽여 만든 백신)으로 바꿔 다시 임상시험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이 백신이 베타아밀로이드를 80%까지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는 ‘디메본’이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디메본은 원래 항히스타민제로 개발됐지만 다른 좋은 약이 많아 퇴출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베일러대 연구팀이 치매증상이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은 183명에게 이 약을 1년간 투약한 결과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이 약은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약이 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시켜 뇌세포가 죽는 것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최근 일-대화내용 기억 못하거나 물건둔 곳 자주 잊으면 치매 의심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여러 약물이 개발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가장 좋은 치료법은 조기 진단이다. 노인에게서 기억장애가 보일 때 단순한 건망증으로 생각하지 말고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진료 현장에서 치매 여부를 즉시 진단할 수 있는 빠르고 정확한 컴퓨터 치매 진단 도구가 개발돼 조기 진단에 널리 활용된다.

부모가 반복해서 최근 일이나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 하거나 물건 둔 곳을 종종 잊어버리면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시간과 장소를 헷갈리고 계산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치매의 조짐이다. 또 갑작스럽게 성격이 변한다면 뇌에 이상이 생겼다는 증거다.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병인 만큼 환자의 고통과 보호자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뇌질환은 아닌지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노인 인지건강 증진법 ‘PASCAL’▼

Physical Activity(규칙적으로 운동합시다)=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신경을 보호해 뇌기능을 개선한다.

Anti-Smoking(금연합시다)=흡연은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유해산소가 발생해 신경세포를 퇴화시킨다.

Social Activity(사회활동을 활발히 합시다)=사회활동은 뇌의 기능을 촉진하고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활발히 해준다.

Cognitive Activity(적극적인 두뇌활동을 합시다) =독서, 글쓰기, 퍼즐맞추기와 같은 머리를 쓰게 하는 두뇌활동은 뇌를 자극해 뇌의 구조와 기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Alcohol-in Moderation(절주합시다)=과음과 폭음은 인지기능의 장애 발생 확률을 1.7배 높인다. 한 번에 한두 잔, 일주일에 3회 이하로 마시는 게 좋다.

Lean body mass and healthy diet(뇌건강 식사를 합시다)=뇌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한 생선, 특히 정어리 참치 고등어 꽁치 삼치를 섭취해야 한다. 채소와 과일을 매일 먹고 우유를 자주 마신다. 육류는 적게 먹고 비만이 되지 않도록 체중관리를 잘해야 한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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