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신약]신약R&D,바이오 숲에서 황금 캔다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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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자체연구소 설립한 종근당, 13종 개발프로젝트 진행중
동아제약·LG생명과학·동국제약 등 ‘미래산업’ 개척 한창

《한국 제약의 역사는 18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한약방을 운영하는 약재상들이 ‘양약(洋藥)’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제약회사를 설립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가내수공업 형태로 한약과 양약을 번갈아 제조하던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독자적인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을 갖추고 세계 시장으로 웅비하려고 한다. 세계 제약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뒤지지않는 한국 제약사의 저력에는 이처럼 오랜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에 맞서 토종 제약사들이 선전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일본, 인도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100년여 동안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온 제약사들이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 이제는 연구개발이다

‘Bio&신약’ 기사목록

▶ 신약R&D, 바이오 숲에서 황금 캔다

▶ 천연물질은 新藥의 창고

▶ 동아제약, 경쟁력 있는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구축

▶ 동국제약, ‘그린 컴퍼니’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 바이엘헬스케어, R&D는 경쟁력 근원

▶ BT 최강국 꿈을 향해… 제약사들 글로벌시장 공략

▶ 종근당, 글로벌 제약사 도약

▶ 중앙연구소 신축…산학연 공동연구 전략 적극 추진

▶ 세계 최초 가역적위산펌프길항제 글로벌 신약 거듭

▶ 암정복의 비전, 스마트항암제

▶ “한국의 항암제 개발 연구수준 놀라워”

▶ 차세대 ‘바이오 주자’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4조 원(생산액 기준)으로 추산된다. 2000년 국내 시장이 7조9000억 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빠른 속도로 성장한 셈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인구 고령화, 의약분업 실시 등 외부 요인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가운데 국내 제약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선진화하고, R&D 분야에 꾸준히 투자한 것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약사들이 R&D에 매달리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리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내심의 싸움’이라는 신약 개발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평균적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지만 성공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어려움이 있어도 신약 개발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신발 끈을 고쳐 맨다. 꾸준한 R&D를 기반으로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는 것이 제약사들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40년 넘는 기간 국내 제약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동아제약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위염 치로제 ‘스티렌’과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는 국내 제약사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특히 천연물신약인 스티렌은 지난해에만 747억 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다.

동아제약의 성공 배경에는 R&D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동아제약이 올해 책정한 R&D비는 790억 원. 지속적인 R&D를 통해 현재 보유 중인 22개 신약후보물질을 비롯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국내 시장 1위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1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LG생명과학도 R&D에 매우 적극적이다. 대부분 제약사들의 R&D 비용이 매출액 대비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LG생명과학은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속적인 투자는 2007년 2565억 원, 2008년 2819억 원, 2009년 3200억 원(예상) 등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성장호르몬제 신약 ‘디클라제’는 LG생명과학의 야심작이다. 디클라제는 개발 초기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22개국의 특허를 획득했다. LG생명과학은 “앞으로도 다양한 신약을 선보여 국내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약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제는 글로벌이다

국내 시장이 과거보다 커졌다고는 하지만 세계 제약 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일찌감치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고, 서서히 그 열매를 맺고 있다.

제약업계 최초로 자체 연구소를 설립한 종근당은 수많은 개량 신약을 개발해 ‘신약개발의 산실’이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지금도 13종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종근당 중앙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당뇨병 치료제 ‘CKD-501’은 세계 시장 진출의 문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근당은 제2당뇨병 치료제인 ‘CKD-501’을 개발하면서 일찌감치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2005년 미국에 조인트 벤처인 ‘이큐스팜’을 설립했다.

또 국내외 연구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항체치료제, 유전자재조합 단백질 등 중장기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은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시장에만 안주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며 “자체 연구 능력에 세계적인 연구 네트워크망 형성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잇몸약 ‘인사돌’로 유명한 동국제약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식물성분’이다. 동국제약은 아스피린, 탁솔 등이 천연 식물에서 원료를 얻었다는 점에 착안해 자연 친화적인 식물성분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천연물 생약 추출 분야에서 25년 이상 축적된 R&D 경험과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원료 생산부터 최종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일괄 생산체계를 기반으로 다국적 제약사들과 겨뤄볼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FDA의 인증을 받은 세계적 수준의 생산시설을 보유한 유한양행은 세계시장 진출이 가능한 수출 원료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174명의 연구 인력이 일하고 있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는 2003년 에이즈 치료제 신약인 FTC 개발에 성공했는데, 현재 FTC는 유럽과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해까지 총 14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임상시험 중인 신약은 45개, 신약후보물질은 61개에 이른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세계 선진 제약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 메이커로 도약할 때까지 도전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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