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없어 안심… 힘못느껴 긴장

  • 입력 2009년 7월 19일 22시 19분


로봇수술 붐… 의사 기자가 직접 로봇팔로 시술해보니

"지혈을 하려면 오른쪽 발판을 눌러야 되요. 그러면 로봇 팔에서 전기소작(電氣燒灼·전기로 태움)을 작동시켜 터진 혈관을 막을 수 있어요."

17일 오후 세브란스병원 로봇 수술 트레이닝 센터. 6월 개장한 이곳에는 사람의 손을 대신해 수술하는 로봇기기 '다빈치'가 있다. 1999년 보급된 다빈치 수술 로봇은 2008년 현재 세계적으로 946대가 보급돼 있다. 아시아에선 48대. 이중 한국이 20대로 가장 많다. 그러다 보니 병원 간에 다빈치 수술 환자 유치 경쟁이 뜨겁다.

그렇다면 로봇 수술에 대해 과장된 것은 없을까? 잠시 의사로 돌아가 직접 교육을 받기 위해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대개 의사들은 2일 동안 하루에 5,6시간 강의와 실습을 통해 수료증을 받는다.

센터 안 수술대에는 사람 대신 마취된 돼지가 올려져 있었다. 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하다. 먼저 간단한 기계조작법을 담당 의사로부터 들었다. 생각보다는 복잡하지 않았다. 조종석의 손가락을 끼우는 장치에 양쪽 엄지와 검지를 끼운 뒤 원하는 방향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면 로봇팔도 따라서 움직였다.

손을 떨어도 로봇 팔에 떨림이 전달되지 않았다. 로봇 수술에는 디지털 카메라처럼 떨림 방지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정교한 수술을 할 때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교하지는 않았다. 실을 잡은 뒤 당겨지는 장력은 느껴지지 않아 화면을 보고 대충 어림짐작을 할 뿐이었다. 수술자의 오랜 훈련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는 문제였다.

교육 받은 지 20여 분 만에 돼지 창자를 덮고 있는 장관막의 일부를 로봇 팔을 이용해 제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초보자도 금방 배우는 다빈치는 현재 어떤 수술에 활용되고 있을까?

현재까지 명백히 효과가 밝혀진 로봇 수술 분야는 제한돼 있다. 비뇨기과의 전립선암 정도만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신장암(부분신장절제술) 및 방관암, 대장암(직장암) 등이 치료방법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논란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복강경시술 등 기존치료법에 비해 아직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자료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식도암 수술과 심장 수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교수는 "현재 로봇 수술 관련 연구에서 의사들이 동의하는 부분은 로봇 수술이 기존의 방법보다 못하지는 않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1000만 원 가까이 드는 고가의 수술인 만큼 지불 비용만큼 더 좋은 점을 증명해야 되는 상황인데 이러한 연구가 이제 시작단계"라고 말했다.

일반 수술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 비싼 것은 로봇 팔에 소요되는 소모품이 재활용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수술비 산정을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로봇 제조 회사에 의존하는 것도 비용을 올리는 요인이다.

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교수는 "접근이 힘든 수술부위에서 떨림 없는 움직임으로 수술할 수 있는 로봇 특유의 장점이 있는 한 질환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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