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항암제 속속 개발… 개인별 맞춤치료”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5월 29일∼6월 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렸다. 지난달 29일 제약사 부스가 차려진 행사장에서 관련 전문의들이 모여 항암제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랜도=이진한 기자·의사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5월 29일∼6월 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렸다. 지난달 29일 제약사 부스가 차려진 행사장에서 관련 전문의들이 모여 항암제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랜도=이진한 기자·의사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백혈병 소아 환자. 항암제도 이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높이는 ‘개인맞춤치료’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백혈병 소아 환자. 항암제도 이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높이는 ‘개인맞춤치료’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2009 美임상종양학회’ 암치료 새 경향 소개

《전 세계 2만여 명의 암 관련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렸다. 올해의 관심사는 ‘개인 맞춤형 암 치료.’ 위암 환자에게 똑같은 항암제를 사용해도 어떤 사람은 잘 듣고 어떤 사람은 부작용이 심하고 잘 안 듣는다. 이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암 관련 유전자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암 관련 유전자를 분석해서 이에 맞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항암치료라 할 수 있다. 정현철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원장은 “맞춤치료의 목적은 환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암을 최대한 조절하는 것”이라면서 “암만 골라서 없애는 타깃 항암제가 속속 나오면서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백혈병 2차치료제 ‘타시그나’ 1차치료 시험서도 효과 입증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허셉틴’말기 위암환자에게도 잘 들어

○ 만성골수 백혈병 1차 치료제

이번 학회에서는 ‘슈퍼글리벡’으로 알려진 노바티스의 ‘타시그나’에 대해 만성골수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타시그나는 기존 글리벡이 듣지 않는 백혈병 환자가 사용하는 2차 치료제다. 이번 발표 내용은 아예 처음부터 글리벡 대신 타시그나를 사용했을 때 환자의 96%가 12개월 만에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은 만성골수백혈병을 유발하는 암 관련 유전자(BCR-ABL)가 제거된 상태를 말한다.

타시그나가 만성골수백혈병 환자에게 잘 듣는 이유는 이런 환자의 90% 이상에게서 BCR-ABL의 돌연변이가 관찰됐기 때문. 타시그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탈리아 볼로냐대 세라뇰리 혈액학연구소의 자난토니오 로스티 박사는 “머지않아 만성골수 백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타시그나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말기 위암 환자 유전자 제거

‘HER-2’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 속도에 관련된 유전자다. 정상인은 이 유전자가 세포에 한 쌍만 존재하는데 말기 유방암 환자의 20∼30%는 이 유전자가 여러 쌍 존재한다. 이 유전자가 있는 경우에는 재발 확률이 높고 다른 유방암과 비교해 생존 기간이 절반 이상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슈의 ‘허셉틴’은 이런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찾아 없애는 효과가 있다.

학회에서 로슈는 허셉틴이 HER-2 유전자가 있는 말기 위암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4개국 59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HER-2 유전자가 많이 생긴 진행성 위암 환자에게 기존 항암제와 허셉틴을 함께 사용한 경우 생존기간이 평균 13.8개월로 나타나 평균 3개월이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책임 연구자인 방영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위암 환자의 생존연장 효과가 확인됐다”며 “내년 하반기에 국내 위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 2차 항암제 연속 투여

폐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유지요법’도 소개됐다. 과거에는 항암제를 4∼6회 투여한 후 일단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암이 다시 커지면 새로운 2차 항암제 치료를 시작했다. 이럴 경우 환자는 아직 암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중단하게 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유지요법은 1차 치료 후 바로 연속해서 2차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이다.

김주항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2차 항암제는 대부분 암만 공격하는 표적 치료제여서 항암제에 대한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면서 “신약 개발에 따라 치료의 개념도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폐암 환자에게 1차 치료 후 2차 항암제인 릴리의 ‘알림타’로 유지요법을 한 결과 생존기간이 10.6개월에서 13.4개월로 3개월 정도 늘어났다. ‘타쎄바’라는 2차 항암제의 경우도 생존기간이 16주에서 22.4주로 6주 이상 연장됐다.

유지요법에 대한 논란도 있다. 김동완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1차 항암제 치료가 끝난 후에 쉬지 않고 연속해서 2차 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피부 발진, 설사 같은 부작용으로 환자가 더 고통스러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랜도=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