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1명이 9명의 생명 살려요”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한국장기기증원 설립책임자 하종원 교수

“뇌사자 1명이 환자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이 또 어디 있나요.”

7일 정식 출범한 한국장기기증원(KODA)의 설립 책임자인 하종원 서울대의대 외과 교수(사진)는 “지금도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죽는 사람이 매년 1000여 명에 이른다”며 “잠재적인 뇌사자를 발굴하고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데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뇌사자 1명에게서 폐 2개, 신장 2개, 각막 2개, 심장, 간, 췌장 등 최대 9개의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는 만큼 뇌사자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매년 뇌사자가 3000∼4000명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게서 장기기증을 받는 환자는 지난해 256명에 불과했다.

KODA는 뇌사자 장기가 무사히 새로운 생명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뇌사 진행 판정에서 이식 전 단계까지 일괄 서비스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의사 2명과 간호사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 교수는 내년까지 서울 경기 강원 인천 제주 등 1권역에서 중환자실이 있는 14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잠재 뇌사자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2013년까지 2권역(충청 전라 광주 대전)과 3권역(경상 대구 부산 울산)에 추가적으로 장기기증원을 만들 계획도 있다. 현재 연 250명 선인 뇌사자 발굴을 2013년까지 5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장기기증원 활동 초기라서 뇌사자를 직접 찾기보다는 신고(1577-1458)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신고가 되는 것도 뇌사 추정 환자의 17%에 불과합니다. 장기이식학회, 신경외과, 신경과, 응급의학과, 중환자관리학회 등 관련 학회를 열심히 설득해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병원별로 장기를 확보하기 때문에 중복투자와 불필요한 경쟁 문제가 제기됐다. 환자는 장기를 하루라도 더 빨리 받으려고 여러 병원에 찾아다녀야 했다. 뇌사자가 생기면 뇌사 판정을 위한 전문가를 소집하고, 뇌사자를 ‘뇌사판정대상자관리전문기관’으로 선정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뇌사자 가족도 힘들었다.

하 교수처럼 장기이식 담당 의사들의 공통 관심사는 장기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는 일이다. 그는 “혈액 투석을 받는 사람이 일주일에 3번씩 밤낮으로 투석기 앞에서 치료받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신장 이식을 받으면 더는 혈액 투석이 필요 없어 환자는 삶의 질이 높아지고 혈액 투석에 드는 연간 400억 원의 비용이 덜 들어가 그만큼 건강보험금도 절약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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