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총보다 강하다” 공부에 눈돌린 게임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지난달 초 공개된 온라인게임 ‘한자마루’는 주인공이 괴물을 처치하면서 한자를 배운다는 내용이 전부지만 가입자가 한 달 만에 30만 명을 넘었다.

이 게임은 온라인게임업체 에듀플로가 개발하고 NHN의 게임포털 사이트인 한게임에서 배급한다.

초등학생을 겨냥한 게임이지만 가입자 가운데 60%가 20대 이상 성인.

‘아이온’처럼 스케일이 큰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교육용 게임이 성공한 것은 드문 일이다.

NHN은 지난해 에듀테인먼트(에듀케이션+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게임 개발팀을 만든 데 이어 한자마루가 성공한 뒤 아예 조직 내에 기능성게임연구소를 설립했다. 기능성 게임은 교육용 게임의 다른 이름.

NHN은 올해 연애와 재테크 등을 주제로 한 교육용 게임 3개를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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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진행

교육용 게임은 미국과 유럽에선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이라는 하나의 별도 게임 장르로 대접을 받는다. 우리 정부도 늦었지만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에듀테인먼트 사업 원년’으로 삼고 2012년까지 게임산업 발전기금 3500억 원 가운데 100억 원을 교육용 게임 개발에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진흥팀 윤종원 과장은 “현재 환경위기를 주제로 한 게임을 환경부와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5억 원을 들여 제작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에듀테인먼트 사업이 과거 정부주도로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민간업체들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CJ인터넷은 지난달 초 세계적인 영어교육출판사인 영국 옥스퍼드대출판사와 손을 잡고 어린이 영어교육 교재인 ‘렛츠고’를 온라인게임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액은 총 50억 원이며 내년 공개가 목표다.

또 게임업체 게임어스는 금연을 도와주는 ‘안티스모커’ 게임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주인공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담배 속 유해 물질인 타르와 니코틴 등의 성분을 없앤다는 줄거리. 엔씨소프트도 식량난을 주제로 세계식량계획(WFP)에서 개발한 교육용 게임 ‘푸드 포스’를 한글로 바꿔 지난해 말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 한계 봉착 게임시장에 활력소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 보고서에서 “국내 교육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온라인화하고 있다”며 “교육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차세대 온라인 게임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분석했다. 게임업계에선 ‘두뇌트레이닝’ ‘영어삼매경’ ‘위핏’ 같은 교육용 게임으로 인기를 얻은 닌텐도의 성공 사례도 주목하고 있다. NHN 기능성게임연구소 김창우 소장은 “지금껏 게임업계는 일부 고객층 대상의 한정된 소재나 마니아 위주의 그래픽에 집중해 왔다”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교육용 게임을 개발해야 업체는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국내 게임시장도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약 2000만 명, 시장 규모는 약 3조3000억 원에 이른다. 아직은 연간 20%씩 성장하고 있지만 상승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는 지금까지 중독성이 강한 게임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에듀테인먼트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게임을 동시에 내놓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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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컨텐츠팀 백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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