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캠코더 나 이제 동영상도 찍어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내가 널 닮아갈 때….” 지난해 9월 니콘이 내놓은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D90’은 동영상 기능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이른바 ‘물건’이라 불렸다. “사진만 찍기 심심하다”를 외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아날로그 스타일을 지향했던 DSLR 카메라에도 변화가 찾아온 셈. 그런가 하면, 동영상 촬영이 전부라 믿었던 디지털 캠코더는 DSLR급 고화질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1000만 화소는 기본이고 접사 촬영 등 수준급 촬영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캠코더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디지털 촬영기기 ‘크로스오버’ 바람

렌즈 바꿀수 있는 디지털캠코더에

초고화질-초당 24프레임 찍는

DSLR 카메라까지 등장

갈수록 작고 정교해지는 디지털 촬영기기 시장. 기술의 진보 그 다음 스테이지는 바로 ‘크로스오버’였다. 사진 촬영에만 열중했던 DSLR 카메라와 동영상 촬영을 전문으로 했던 디지털 캠코더, 둘 사이의 핵심 기능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외도일까 도전일까? 각각 어떻게 닮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캠코더의 외도… 렌즈 교환부터 동시 촬영까지

캠코더 외도의 대표 주자는 바로 ‘권총’ 모양의 캠코더로 유명한 산요. 디지털 캠코더 브랜드 ‘작티’는 최근 내놓은 제품의 개념을 ‘듀얼 카메라’로 정했다. 이는 기존의 동영상 기능 대신 DSLR급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개념.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DSLR 카메라에서만 되던 렌즈 교환 기능이다. 기본 렌즈 외에 망원렌즈, 광각렌즈, 어안렌즈 등을 떼고 붙여 다양한 앵글을 낼 수 있다. 또 초점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1m 앞 가까운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슈퍼 매크로’ 기능도 더했다.

‘듀얼’의 개념은 소니에서도 찾을 수 있다. 2월 공개한 소니 핸디캠 ‘HDR-XR500’은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듀얼 레코딩’ 기능이 특징. 이는 단순한 ‘캡처’ 기능이 아닌, 830만 화소의 정지영상을 저장 용량이 찰 때까지 마음껏 촬영할 수 있는 것이다. 동영상 촬영을 하지 않고 찍은 정지 화면의 경우는 DSLR 카메라와 맞먹는 1200만 화소를 자랑한다.

1200만 화소의 고화질 촬영 기능은 삼성전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주 공개한 삼성전자의 ‘HMX-R10’ 캠코더는 성능은 캠코더와 DSLR 카메라를 합쳐 놓은 반면 무게는 229g으로 소형 디지털카메라급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캠코더사업팀 김상룡 전무는 “캠코더의 장점과 DSLR 카메라의 장점만을 묶은 제품을 통해 캠코더 시장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DSLR의 도전… 화질 손상 없이 TV로 볼 수 있어

‘익서스’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가 강한 캐논은 지난해 초고화질(full 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 카메라를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 내놓은 ‘EOS 500D’는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단자가 내장돼, 촬영한 동영상을 화질 손상 없이 TV나 대형 스크린에 옮겨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D90’을 내놓은 니콘도 후속 모델인 ‘D5000’을 지난주 공개했다. 초당 24프레임을 자랑하는 이 DSLR 카메라는 동영상 촬영 기능인 ‘디-무비(D-무비)’ 메뉴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1280×720 사이즈는 한 번에 5분, 320×216 사이즈는 20분까지 촬영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많은 기술의 진보가 있었기에 소비자들은 이를 뛰어넘는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 셈. 파나소닉코리아 노운하 이사는 “사진, 동영상 구분 없이 한꺼번에 촬영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카메라와 캠코더의 장벽이 무너진 크로스오버 제품들이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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