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간미사일, 위성보다 고난도기술 필요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ICBM-우주발사체 어떻게 다른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은 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라는 의혹이 크다. 많은 사람이 두 발사체 기술은 비슷하며 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 폭탄을 실으면 미사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기술 모두 탑재된 물체를 우주로 보내는 것은 같지만 핵심 기술에는 차이가 크다”며 “‘탄두를 실으면 대륙간미사일, 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라고 판단할 수만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부분 “일반적으로 대륙간미사일이 위성 발사체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 ICBM-우주발사체 모두 통제센터와 교신

대륙간미사일과 우주발사체는 발사대를 떠난 뒤에도 지상의 발사통제동과 교신하며 자신에 대한 정보를 보낸다. 비행궤도나 상태를 지상에 알려 세부적인 제어를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는 서로 다르다.

우주발사체는 연료가 정상적으로 연소해 충분한 속도를 내고 있는지, 얼마나 높은 고도에 올라왔는지, 탑재된 인공위성이나 유인우주선의 상태가 어떤지 등을 지상에 전송한다. 예를 들어 지구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위성을 실은 발사체는 원하는 고도에서 지구 자전 속도로 날다 위성을 분리하면 임무가 끝난다. 제 궤도를 찾아가는 것은 위성이 할 일이다.

하지만 대륙간미사일은 발사체의 고도, 각도, 속도에 대한 정보가 훨씬 더 정확해야 한다. 미사일에 실린 탄두는 발사체와 분리된 뒤부터 관성과 지구가 끌어당기는 중력에 의해서만 날아가기 때문에 한 요소가 조금만 바뀌어도 탄두의 최종 낙하지점이 크게 달라진다. 원하는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것이다. 탄두는 대기권에 진입할 때 큰 충격을 받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탄두의 상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성홍계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적당한 고도에 인공위성을 올리는 우주발사체와 달리 대륙간미사일은 각도와 속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어해야 정확한 위치에 탄두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컴퓨터가 발달해 발사체가 빠른 속도로 날더라도 실시간으로 각도와 속도를 계산해 자세를 제어할 수 있다. 예전에는 대륙간미사일의 이동 경로에 가상의 점을 찍어 이곳을 지날 때의 고도, 각도, 속도 정보를 받아 발사체의 자세를 수정했다.



○ ICBM, 부드러운 탄두 분리가 핵심기술

대륙간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가장 큰 차이는 탑재된 물체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은 방향이나 속도를 바꿀 수 있는 소형 로켓이 달려 있다. 궤도에서 10km 벗어난 정도의 오차는 스스로 수정할 수 있다. 발사체가 위성을 분리할 때 살며시 놓든 강하게 밀어내든 상관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륙간미사일의 발사체는 아주 정교하게 탄두를 분리해야 한다. 탄두는 발사체와 분리된 뒤 한참을 홀로 날아올라 정점에 도달한 뒤 땅으로 떨어진다. 탄두가 도달하는 정점이 1000km 높이라면 한참 전인 300∼500km에서 발사체와 분리되기 때문에 놓는 힘이 약간만 달라져도 각도나 속도가 바뀌어 목표 지점에서 먼 곳에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할 때 공기의 영향을 적게 받으려면 팽이나 총알처럼 회전해야 한다. 회전하지 않으면 바람에 쉽게 날려 경로가 바뀌거나 공기와 마찰하며 발생한 열에 한 부분만 녹아 탄두에 이상이 올 수 있다.

국내 한 항공우주 전문가는 “탄두를 회전시키면서도 속도나 각도를 처음처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고 밝혔다. 미사일과 탄두를 분리할 때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나 러시아는 ‘최종제어용 추진장치’를 달기도 한다. 이 장치는 발사체와 탄두가 분리될 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성이나 별을 보고 위치를 파악해 마지막 속도와 각도를 조절한다. 별을 보는 이유는 다른 나라가 일부러 엉뚱한 GPS 신호를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낙하지점 오류 줄이려 실험 필요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 물체를 지구로 돌아오게 하는 기술도 다르다. 정인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물체를 우주에서 지구로 정확히 떨어뜨리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은 다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지만 유인우주선이나 탐사선은 안전하게 땅에 착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의 마찰열이나 충격을 적게 받으며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대기권에 진입하는 각도가 달라지거나 바람에 날려 예정된 착륙지점보다 먼 곳에 떨어져도 큰 문제는 없다. 낙하하는 지점은 대개 넓은 사막이나 바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두는 정확한 지점에 최대한 빨리 내려와야 한다. 탄두는 대개 대기권에서 땅까지 50초에서 2분 사이에 낙하한다. 2분이 넘게 걸리면 바람의 영향을 받아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이론적으로 탄두를 폭이 좁고 뾰족한 원뿔형으로 무겁게 만들면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하지만 실제 실험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정확한 기술을 얻을 수 없다. 장소 문제와 탄두 추적 기술 때문에 이런 실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탄두가 공기와 마찰하며 발생하는 열을 견뎌야 하는 점도 문제다. 탄두의 뾰족한 부분은 섭씨 8000∼1만 도까지 오른다. 탄두는 열을 견디기 위해 특별한 재질로 감싸는데 이 재질은 열을 흡수해 끓어올라 기체가 돼서 날아가 버린다. 재질이 정확히 어떤 성분으로 되어 있는지는 대륙간미사일 보유국 외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 ICBM-고체연료, 우주발사체-액체연료 선호

연료 종류도 미사일과 우주 발사체가 다를 수 있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는 대개 액체 연료나 액체와 고체를 혼합해 사용한다. 고체보다 액체 연료가 높은 추진력을 내며 연료를 일정한 속도로 태울 수 있다. 고체 연료를 태워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추진력은 많아야 300t 정도지만 액체 연료는 500t 이상의 추진력을 낼 수 있다.

예전에는 대륙간 미사일도 대개 액체 연료를 사용했다. 안전성과 효율성 때문이다. 하지만 액체 연료는 발사 직전에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액체 연료에는 산소 성분이 섞인 산화제를 넣는데 이 물질이 저장고를 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이 개발됐다. 고체 연료는 미리 넣어둘 수 있어 탄두와 일체형으로 보관하거나 운반할 수 있다. 발사할 때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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