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보복 방법 1순위 ‘회사 정보 들고 튀기’

  • 입력 2009년 2월 25일 12시 17분


이유도 모른채 쫓겨났다…그래서 복수했다

‘오늘까지 모든 업무 정리하세요.’ 어느날 갑자기 해고통지서가 날아든다면 어떤 심정일까.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회사를 그만둘 때 회사가 정보 보안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인은 ‘복수심’이었다.

미국의 정보보호기관인 포네몬 연구소가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을 그만 둔 5명 중 3명이 기업 자료를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1년간 직업을 바꾸거나 해고, 또는 일시적으로 해고된 미국 성인 9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9%가 회사를 그만 둘 때 값어치 있는 자료를 챙겼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모두 고객정보, 거래처목록, 종업원기록, 재정보고서, 기밀 문서, 소프트웨어 등 기업이 소유한 정보에 접근했던 사람들이다.

기업은 내부자의 정보 유출이 회사의 비용 지불을 초래할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별다른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가 전에 근무했던 회사 중 15%만이 퇴사자가 가지고 나간 문서와 컴퓨터 파일을 재조사했으며, 이들 중 70% 이상이 형식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것.

보고서는 직장을 그만 두면서 다니던 기업에서 빼낸 정보가 주로 새로 자리를 옮긴 회사에서 사용되거나 회사에 앙갚음을 하기 위해 유출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마이크 스핀니 연구원은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의 직업을 걱정하고 직장을 잃을 것에 대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상황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 11일 미국에서 1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어 버리면서 이들 해고자들이 회사를 공격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미국의 정보보안회사 맥아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커나 내부자 등에 의한 자료 유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세계적으로 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위기로 수만 명 이상이 해고될 위험에 처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정보 보호 의식이 약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산업기술진흥협회가 2007년 발표한 기업의 기술 유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유출 관련자로 퇴직 사원(62.9%)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KISA는 기업 정보보호를 위해 중소기업 대상 정보 보호 가이드라인 종합판을 CD와 파일 형태로 제작해 이달 23일부터 홈페이지(www.kisa.or.kr)를 통해 보급하고 있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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