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다윈탄생 200주년

  • 입력 2009년 2월 13일 16시 53분


(박제균 앵커) 지난 12일은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이 태어난 지 꼭 20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모국인 영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축하 행사가 펼쳐졌다고 합니다.

(김현수 앵커) 동아사이언스 이현경 기자와 함께 다윈 탄생 200주년에 일어난 세계 각국의 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다윈의 모국인 영국에서는 기념 우표세트가 발행되고 다윈의 집이 공개됐다지요.

(이현경) 네, 그렇습니다. 영국의 체신공사인 로열메일은 12일 다윈 탄생 200주년과 진화론이 담긴 그의 저서인 '종의 기원' 출간을 기념하는 우표세트를 발생했습니다. 이 우표세트는 10장이 한 세트인데요, 퍼즐 형태로 디자인된 6장의 우표를 이어붙이면 다윈의 진화론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나타나고, 나머지 4장을 모으면 진화론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갈라파고스 섬의 지도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또 다윈이 40년간 지내면서 연구에 몰두했던 켄트주 다운마을의 다운하우스가 석 달간 리모델링을 마치고 공개됐습니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는 다윈을 옹호하는 광고판까지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한 세속주의 단체인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은 "종교를 뛰어넘어 진화하라"는 내용으로 다윈을 기념하는 대형 광고판을 테네시주 데이튼, 펜실베이니아주 도버, 오하이오주 화이트홀 등 미국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박앵커)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도 벌어졌던데요?

(이) 네, 그렇습니다. 올해 초 영국인도주의협회는 영국 런던 시내를 달리는 버스에 "신은 없다"고 주장하는 무신론 광고를 실었습니다. 이 광고 후원자 중 한 사람이 무신론의 대표주자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교수임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광고가 나가자 러시아 위성방송채널은 "신은 있다"는 내용의 유신론 광고를 버스에 부착하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김앵커) 미국에서는 특히 다윈의 진화론을 홀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 그렇습니까?

(이) 최근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인간이 현재 모습 그대로 항상 존재해왔다고 믿거나 절대자의 뜻에 따라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63%인 반면, 다윈이 밝힌 것처럼 자연선택에 의해 인간이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해온 것으로 믿는다는 응답은 26%에 그쳤습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캔자스대학은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을 소장하고도 논란을 우려해 전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34개주가 진화론 교육을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교육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앵커) 노예 해방을 부르짖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과 찰스 다윈은 같은 날 태어났는데, 미국은 역시 링컨의 손을 들어줬다고요?

(이) 네, 그렇습니다. 다윈과 링컨은 태어난 날이 똑같습니다. 이 외에도 어린시절 모친을 잃었으며 50대가 돼서야 '종의 기원'을 발표하고 대통령에 취임하는 위대한 업적을 드러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뉴스위크는 링컨과 다윈의 삶을 비교하면서 두 사람 중 누가 더 중요한 인물일까 질문을 던졌는데요, 링컨을 더 중요한 인물로 꼽았습니다. 다윈의 진화론도 분명 위대하지만 링컨이 없었더라면 미국 역사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김앵커) 과학자 다윈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이) 다윈은 12살 되던 해에 한 편지에서 자신이 한달에 단 한번 발을 씻었다고 고백하며 그 이유로 씻을 도구가 없어서라는 이유를 댔다고 합니다. 또 의사였던 다윈의 아버지는 에든버러 의대를 나온 다윈이 의학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실패자'라는 생각을 자주 했으며 이 때문에 다윈에게 사격과 개, 쥐 잡는 일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으니 가족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될 것이라고 고함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윈이 진화론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 멀미가 큰 몫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비글호를 타고 항해에 나섰던 다윈이 항해 내내 심한 배 멀미로 고생해 배에서 지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갈라파고스 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진화론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박앵커) 국내에서도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다윈의 비글호 항로를 따라 탐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이) 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출신인 탐사전문가 권영인 박사가 지난해 10월 9일 미국 아나폴리스항을 떠나 현재 푸에르토리코에 있습니다. 권 박사는 본격적인 남미 대륙 항해를 앞두고 푸레르토리코에서 출항 막바지 준비 중입니다. 권 박사는 남미 대륙을 지나 진화론의 탄생지인 갈라파고스 섬을 거쳐 여수항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항해를 하며 진화론의 어제와 오늘은 물론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 자원 고갈 실태와 해양자원 탐사도 병행합니다. 동아일보는 권박사의 남미 항해와 연구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침몰하는 카리브'를 제작해 곧 방영할 예정입니다.

(박앵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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