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고기일까 수입 고기일까? 판독기 대보면 척척!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해마다 초봄이면 독이 있는 두꺼비알을 먹고 심한 구토를 하며 병원으로 실려 오는 중년 남성을 종종 볼 수 있다. 개구리알인 줄 착각하고 먹은 것이다. 예부터 경칩 때 먹는 개구리알이 보약이나 정력제로 잘못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름 약 2mm의 공 모양인 두꺼비알은 젤리처럼 생긴 무더기에 둘러싸여 있다. 개구리알과 비슷해 여간해선 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최근 과학자들이 이 둘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바로 유전자를 이용한 ‘생물종 판독기’다.

○ 불변유전자 정보 통해 종의 특징 분류

알 조직을 떼서 판독기에 올려놓기만 하면 두꺼비알인지 개구리알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판독기에 두꺼비와 개구리를 구분할 수 있는 ‘유전자바코드’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CO I’이라는 유전자 특정 부위를 갖고 있다. 생물 종마다 ‘CO I’을 구성하는 4가지 염기서열(A, T, G, C)의 수와 순서가 서로 다르다.

이를 막대 형태로 바꿔 나열한 것이 바로 유전자바코드다. 상품에 서로 다른 막대 형태의 바코드를 부여해 제조업체나 품목 등의 정보를 구분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원 교수팀은 각종 생물의 피나 털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바코드를 만들고 있다. 김 교수는 “2007년 4월부터 지금까지 환경부의 지원으로 국내 동식물 900여 종의 유전자바코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며 “올해 안에 실제 생물종 판독기를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판독기를 쓰면 알이나 새끼 시기에도 생물종을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생 변하지 않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성체의 겉모습이나 몸집 등으로 생물을 분류했기 때문에 다 크기 전에는 정확히 어떤 종인지 알기가 쉽지 않았다.

○ 희귀종 보호-수입산 판별에 유용

생물종 판독기는 희귀종 보호에도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안 갯벌에는 희한하게도 옆이 아니라 앞뒤로 걸어 다니는 게가 2종 산다. 한 종은 밤톨처럼 생겼다고 해서 ‘밤게’라고 불린다. 다른 한 종은 이보다 몸집이 작은 ‘양마밤게’다. 둘 중 양마밤게만 희귀종으로 분류돼 있다.

김 교수는 “양마밤게 성체는 몸집이 새끼 밤게만 해 전문가도 구분하기 어렵다”며 “양마밤게 다리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바코드를 만든다면 실수로 귀한 생물을 잡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산으로 둔갑한 수입산 수산물을 가려내는 데도 한몫할 수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새우는 태국산이나 중국산. 이런 수입산 새우는 국내로 들여올 때 보통 냉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진다. 국내산과 수입산 새우는 겉보기엔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종이다. 예를 들어 국내산 대하와 중국산 홍다리얼룩새우는 다른 종이다. 유전자바코드가 가장 확실한 구별 방법이다.

○ 특허권 등록해 ‘생물종 주권’ 확보해야

환경부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3만 종의 동식물이 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생물까지 치면 적어도 10만 종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 산다고 해서 이들 생물이 모두 우리 자원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어떤 생물이 살고 있으며, 그 생물의 생태나 유전자 같은 정보를 정확히 알아야 국제 과학계에서 생물자원의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명대 생명·화학시스템학부 김창배 교수는 “올해 공식 출범하는 국제생물바코드협의체(iBOL)는 특정 국가가 유전자바코드를 등록하면 그 국가에 해당 생물 정보에 대한 특허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며 “한국도 확보한 국내 생물의 유전자바코드를 iBOL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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