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농작물 지도’는 변화 중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기온 27년 새 0.7도 오르고 강수량은 214.3㎜ 늘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의 종류가 바뀌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973∼1980년 12.2도였으나 2001∼2007년 12.9도로 0.7도 올랐다. 강수량은 1255.0mm에서 1469.3mm로 214.3mm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많아지는 것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망고, 파파야 등 아열대 작물 재배지역이 늘고 갈색여치, 주홍날개꽃매미 등 새로운 병해충도 생겨나고 있다.

기온 상승과 함께 강우량 증가와 게릴라성 집중호우 등 반갑지 않은 손님도 함께 찾아왔다.

강원 태백 고랭지의 경우 1970년대 연평균 강우량이 1418mm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2021mm로 603mm의 비가 더 내렸다. 곡창지대인 중서부 평야지대와 차령산맥 남부 평야지대 역시 200mm 이상 연평균 강우량이 증가했다. 하루 80mm 이상 비가 내리는 재해성 강우도 1970년대와 1980년대 연간 2.1일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서는 3.0일로 늘어났다.

고온과 강우량 증가로 예전에는 없었던 병해충도 등장하고 있다.

갈색여치의 경우 기온 상승과 맞물려 2001년 충북 충주에서 처음 발견돼 사과와 복숭아, 포도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2006년에는 충북 전역 20ha, 2007년에는 충청 전역 30ha에서 발생했다.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아열대 해충 주홍날개꽃매미도 지난해 충청과 경기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번식하면서 포도와 배는 물론 도심 가로수에도 상처를 남겼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남부 지역에서 발생했던 벼줄무늬잎마름병도 기온 상승으로 발생 지역이 점차 북상해 2007년 경기 충남까지 포함해 전국적으로 1만4137ha에서 발생했다.

여름철 평균 기온 상승은 축산물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농촌진흥청은 여름 낮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새끼 돼지의 폐사율이 58% 증가하고 돼지 체중은 13%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이 확대된 것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충남 이남 지역에서만 재배되던 쌀보리를 경기 북부 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됐다. 냉해에 약한 복숭아는 경북 경산 지역이 주산지였으나 최근에는 강원 춘천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다. 사과 역시 재배 한계선이 올라가면서 강원 영월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고 난지 과일인 한라봉 역시 제주 지역뿐만 아니라 전남 고흥과 경남 거제도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망고나 구아버, 파파야, 아보카도 등 아열대 과일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확대돼 2007년 44.1ha에서 698t이 생산됐다.

기온 상승의 가장 큰 혜택은 무엇보다 시설 난방비 절감에 있다.

지난 30년간 계절별 기온 상승은 겨울이 1.9도로 여름 0.3도에 비해 크게 높았다. 당연히 겨울철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 난방비 절감이 가능해졌다.

남부 지역은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벼농사를 1년에 두 번 지을 수 있는 이기작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진흥청은 “작물별로 재배 한계선 이동에 따른 지역별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고 병해충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병해충 발생 환경 분석에 착수했다”며 “더울 때 가축의 적정 사육 관리법과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설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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