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 가속기, 암치료 효과 탁월”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국제과학벨트에 건설 추진… 항암 후유증 덜해

‘중이온 가속기가 뭐지?’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 조성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에 ‘중이온 가속기’를 건설하기로 13일 결정했다는 소식에 흔히들 주고받는 질문이다.

이름만 들어선 무슨 시설인지 알기 어렵다. 46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짓는 첨단 연구시설이라는데 일반인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중이온 가속기가 우리 삶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탄소보다 무거운 원소인 질소, 산소, 네온, 우라늄 등에서 전자를 떼어내 만든 ‘중(重)이온’을 빛과 비슷한 속도로 가속하는 이 시설이 암 치료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고려대 물리학과 홍병식 교수는 “중이온이 피부 근처에서 발사되면 몸속 일정 거리까지는 주변 세포를 거의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암 치료용으로 많이 쓰는 방사선은 피부 근처에서 에너지를 다량 방출한다. 하지만 중이온은 피부보다 몸속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지점과 암 세포를 맞춰 놓고 중이온을 발사하면 탁월한 항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일본에선 각 현에 암 치료 전용 가속기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로의 효율을 높이거나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중이온 가속기 안을 달리는 원자를 어떤 물질에 충돌시키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물질이 나타난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내는 핵연료, 방사능 수치가 매우 낮은 폐기물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최병호 양성자기반 공학기술개발사업단장은 특히 바이오 연구에서 중이온 가속기가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단장은 “중이온이 품은 에너지를 활용하면 새 품종을 만들 수도 있다”며 “일본에서 만든 보랏빛 장미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외선으로도 비슷한 현상을 만들 수는 있지만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중이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초과학을 진흥할 버팀목이 생기게 됐다는 기대도 크다. 몇 해 전 일본도 중이온 가속기를 이용해 주기율표에는 없던 113번째 원소를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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