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빨갛네… 아침부터 한잔 했어?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직장인 이태현(33) 씨는 최근 며칠간 추운 날씨가 이어지자 스트레스가 몇 배 높아졌다. 잠시 외출만 하고 돌아와도 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얼굴이 빨개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술 드셨어요”라는 주변 사람들의 농담 섞인 질문에 민망해져 얼굴이 더 붉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대학 시절부터 조금씩 나타난 현상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잦아졌고 요즘 들어 더 심해졌다. 이처럼 주변의 온도차나 감정 상황에 따라 얼굴이 붉어져 오래 지속되는 병을 ‘안면홍조증’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영화배우 공효진이 영화 ‘미스 홍당무’에서 안면홍조증이 심한 여교사 역할을 하면서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날씨-폐경기 등 원인 혈관 이상 확장

찜질방-찬바람 피하고 초콜릿 금물

최근 레이저 이용 혈관 축소 치료도

○ 딸기코도 같은 증세… 신경질-우울증 느끼기도

피부에 있는 혈관은 자율신경의 조절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혈관이 늘어나면 혈류량이 많아지면서 피부가 붉어진다.

특히 얼굴과 양 볼에는 다른 곳보다 혈관이 많고 겉으로 잘 비치기 때문에 쉽게 붉어진다.

안면홍조는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약간의 온도차나 자극, 사소한 감정의 변화에 따라 얼굴이 빨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병으로 본다.

코가 유독 붉어지는 ‘딸기코’ 현상도 일종의 안면홍조증이다. 이 증상은 기름이 많고 여드름이 잘 생기며, 뺨이나 코 주위 모세혈관이 많이 늘어나 마치 거미줄이나 실지렁이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심하면 염증 반응과 함께 울퉁불퉁한 작은 혹까지 생긴다.

안면홍조는 온몸에 불쾌한 열감과 발한이 일어나거나 목이나 가슴 위쪽이 붉어지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혈관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땀샘 분비 조절 기능도 담당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로감, 신경과민, 불안, 신경질, 우울증 등을 느끼기도 한다.

○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 피해야

안면홍조증에 대한 명확한 치료법은 없다.

평소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로 피곤한 상태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겨울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해 찬바람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안면홍조가 계속되면 피부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국소연고제를 바르거나 항생제를 복용할 수 있다. 레이저 치료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승경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은 최소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간편하게 레이저를 이용해 늘어난 혈관을 직접 줄여주는 치료를 많이 시행한다”고 말했다.

레이저 치료는 3, 4주 간격으로 5회 정도 받으면 70% 이상 호전된다. 레이저 치료는 대부분 비보험이기 때문에 병원마다 비용 차가 크다. 또 어떤 레이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비용 차가 날 수 있다.

○ 음주후 홍조땐 알코올 분해효소 부족 탓

안면홍조증은 발생하는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겨울철 안면홍조증의 최대 적으로 사우나와 찜질방을 꼽는다. 특히 찜질방처럼 고온 건조한 곳에서는 혈액순환이 빨라지면서 혈관이 확장돼 피부가 붉어진다. 인체 내부로 가는 혈류량은 감소하는 대신 피부로 가는 혈류량은 많아지기 때문에 안면홍조가 두드러진다.

안면홍조증이 있다면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말고 열탕, 온탕에 들어가는 목욕보다는 간단한 샤워만 하는 것이 좋다.

폐경기 여성의 80%에서 발생하는 안면홍조증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생긴다. 안면홍조와 함께 온몸이 화끈거리고 자다가 자주 깨는 증상이 나타난다. 폐경기 안면홍조에는 호르몬 대치요법이 많이 사용된다. 비약물 치료법으로는 비타민E 섭취 치료와 운동요법이 있다.

술 마신 후 발생하는 안면홍조는 알코올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의 혈중 농도가 높아서 생기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가 부족한 사람은 소량의 알코올만 섭취해도 얼굴이 쉽게 빨개진다. 이런 경우 특별한 치료가 없으며 가능한 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매운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자율신경 반사로 안면홍조가 생기기도 한다. 매우 신 음식을 먹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으로 인한 홍조증을 막으려면 감미료를 많이 첨가한 음식과 치즈, 초콜릿, 레몬 등을 피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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