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췌도 당뇨환자 이식 이르면 2010년 가능”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 장기이식용 이종장기 연구 어디까지 왔나

최근 국내에서 장기이식용 유전자 조작 돼지가 잇따라 태어났다. 이들 돼지는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일어나는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각 돼지의 특징을 살펴보면 국내 이종(異種)장기 연구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유전자 3∼5가지 조절해야 이식 가능

돼지 장기의 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알파갈(α 1, 3-galactose)’이라는 탄수화물은 이종장기 연구자들의 가장 큰 관심 대상이다. 이종장기를 이식한 지 수분 만에 생명을 앗아가는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바이오신약장기사업단의 김진회(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팀과 심호섭(단국대 의대) 교수팀은 각각 올해 9월과 4월 알파갈을 만드는 합성효소의 유전자를 없앤 돼지를 만들었다. 이들 돼지는 사산되거나 태어난 직후 죽었으며, 지금은 세포만 보관돼 있다. 이 세포를 이용하면 알파갈이 없는 돼지를 복제해낼 수 있다.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의 또 다른 원인은 피 속에 있는 단백질 ‘보체’.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넣으면 보체가 활성화돼 이식된 장기의 세포를 공격한다. 심 교수팀은 지난해 보체의 활성을 억제하는 유전자(CD59)를 넣은 돼지를 만들어 13일 열린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돼지 장기를 실제로 사람에게 이식하려면 한 가지 유전자 조작만으론 부족하다. 초급성 면역거부반응뿐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의 여러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적어도 3∼5가지는 조절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생명공학회사 엠젠바이오는 올 9월 사람의 면역유전자 2개(HLA-G, DAF)가 함께 들어 있는 돼지를 생산했다. 엠젠바이오 최기명 부장은 “DAF는 보체 활성을 억제하고, HLA-G는 자연살해세포의 공격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 고분자 캡슐에 싸서 복강에 이식

과학자들은 면역유전자를 조작한 돼지가 당뇨병(2형)에 가장 먼저 쓰일 것으로 전망한다. 당뇨병의 발생 장소인 췌도가 다른 장기에 비해 알파갈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돼지 췌도가 다른 장기보다 상대적으로 면역거부반응의 위험이 적다는 얘기다.

소화기관인 췌장에는 세포들이 뭉쳐 마치 섬처럼 떠다닌다. 이것이 바로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도. 2형 당뇨병은 췌도가 손상돼 생긴다.

돼지 췌도를 분리하는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의대 박경수 교수는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큰 췌도를 3∼4배 많이 얻는 방법을 개발해 지난해 국제학술지 ‘제노트랜스플랜테이션’에 발표했다”며 “보통 췌도가 클수록 기능도 좋고 오래 산다”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방법.

호주 생명공학회사 리딩셀테크놀로지(LCT)는 췌도를 고분자로 이뤄진 캡슐에 싸서 복강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캡슐에 작은 구멍을 뚫어 영양분과 산소는 들여보내고 인슐린은 내놓는 방식이다. LCT는 이 기술로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서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가족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복강 외에 간 문맥이나 피부 밑 등 다른 조직에 췌도를 이식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박정규(서울대 의대 교수) 사업부단장은 “영장류 실험까지 마치고 2010, 2011년쯤 사람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종이식 가이드라인 만들기로

이종장기 이식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무엇보다 안전성이다.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올 가능성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돼지가 태어날 때부터 염색체에 갖고 있는 레트로바이러스(PERV). 미리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없다.

서울대 의대 정준호 교수는 “세계이종이식학회가 5, 6년 전 돼지 장기를 이식한 중국 환자들과 돼지 잡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레트로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아직은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2009년 환자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하겠다고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하는 등 이종이식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20여 개국의 이종이식 전문가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치명적 초기 거부반응 현대 기술로 극복

혈액 응고 등 2단계 면역거부 연구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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