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 송용규 교수팀, 농약살포 무인비행선 첫 개발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간단한 무선조작으로 12만평 방제

제작비 트랙터 값의 3분의 1 불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국항공대 인근의 한 논둑. 섭씨 36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 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과 학부생 성영훈 씨가 자기 몸의 10배가 훨씬 넘어 보이는 비행선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이윽고 ‘윙’ 하는 엔진소리와 함께 비행선이 서서히 공중에 떠올랐다. 몸체에 달린 작은 로터 4개가 힘차게 돌면서 비행선은 어느새 논바닥 상공 20m 높이까지 올라갔다.

비행선은 금방 방향을 틀더니 논의 한쪽 귀퉁이를 향해 고도를 낮췄다. 조종간을 맡은 에어콤비행선 대표 김종렬 씨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곧이어 비행선에 달린 6개의 분무기에서 ‘쉬익∼’ 소리와 함께 작은 하얀색 회오리가 일기 시작했다. 작은 원을 그리며 이쪽저쪽을 오가던 비행선은 10여 분 뒤 천천히 처음 출발한 위치로 되돌아왔다. 비행선의 이륙과 조종, 착륙과정에 관여한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이 비행선의 정체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농약 살포용 무인 비행선. 하루 미국 디즈니랜드 넓이에 맞먹는 39만6000m²(약 12만 평)의 논에 농약을 살포한다. 간단한 무선조종(RC) 장치로 누구나 손쉽게 조종할 수 있다.

기구에 사용되는 가스는 폭발 위험이 높은 수소 대신 안전한 헬륨을 쓴다. 용역비는 하루 120만 원(평당 10원) 선. 농업용 무인 헬리콥터가 같은 면적에 농약을 뿌리는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가격도 웬만한 트랙터 값의 3분의 1 수준인 3000만 원에 그친다.

비행선은 항공대 송용규 교수팀과 국내 중소기업인 에어콤비행선, 동일파텍이 1년간 개발했다. 연구비는 2000만 원이 들어갔다. 이달 8일에는 첫 공개 시연회도 열었다.

송 교수는 “첨단 로봇 정찰기인 초소형 무인비행체를 만들다가 무인비행선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군사 목적으로만 개발되고 있는 무인비행체 기술을 민간에 활용할 분야를 찾다가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무인비행선은 주로 항공 촬영이나 광고 목적으로만 쓰여 왔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항공대 활주로가 군용 비행장인 탓에 비행 허가가 나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 비행선이 농약 무게를 이기지 못해 설계를 몇 차례나 다시 고쳐야 했다.

송 교수는 “정교한 로봇 항법 기술을 활용하면 깊은 골짜기 숲에 농약을 살포하는 산림 방제용 비행선 개발이 가능하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비행선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행선 개발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특성화지원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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