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사는 펭귄, 그들이 사는 법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뭐 살긴 괜찮지만 따분할 때도…

가끔 바람 피우다 부부싸움도 해요”

《무더운 여름, 남극에서 더위를 식힐 수 없을까. 괜스레 펭귄이 부러워지는 시절이다. 하지만 잠깐. 지구에 사는 펭귄 종류는 17가지다. 그중 남극대륙 본토에 사는 펭귄은 다큐멘터리에 종종 나오는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 등 2종에 불과하다. 남극 주변이나 남극해의 섬에 사는 펭귄을 다 합쳐도 7종이다. 나머지 10종은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호주를 비롯해 그 주변 바다에 산다. 종류로만 보면 아열대나 온대 지방에 사는 펭귄이 더 많다. 》

○ 훔볼트펭귄-“더운 곳에서 왔어요”

심지어 뜨거운 적도 부근에도 펭귄이 살고 있다. 남아메리카 서쪽에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다. 이곳에는 50cm 크기의 작은 갈라파고스펭귄이 살고 있다.

이처럼 열대지방에 사는 ‘뜨거운 펭귄’이 최근 국내에도 들어왔다. 페루와 칠레 해안에 사는 훔볼트펭귄이다. 크기가 약 60∼70cm로, 머리에 흰색 띠가 둘러져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가면 훔볼트펭귄 20마리를 시원한 수조에서 가오리 등과 함께 볼 수 있다.

갈라파고스펭귄은 훔볼트펭귄과 많이 닮았다. 과학자들은 차가운 페루 해류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에 들어온 것은 갈라파고스펭귄으로, 페루 해안에 남은 것은 훔볼트펭귄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더운 곳에 살지만 차가운 바닷물로 열기를 식히며 산다. 페루에서는 3500만 년 전 살았던 1.5m의 가장 큰 펭귄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찰스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부리가 다양하게 변한 핀치를 보며 진화론의 영감을 얻었다. 만일 다윈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17종의 펭귄을 봤다면 ‘펭귄의 진화론’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 임금펭귄-‘왕손’ 언제쯤 태어날까

4월 28일 박진희 63씨월드 과장은 임금펭귄이 막 낳은 알을 쳐다보고 있었다. 임금펭귄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낳은 알이다. 첫 번째 알을 낳은 건 2002년. 그러나 부화에 실패했다. 이번 알이 부화에 성공하면 임금펭귄의 후계자가 처음 태어나는 것이었다.

이달 초 박 과장은 아직도 아빠 펭귄이 품고 있는 알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임금펭귄이 알을 품는 기간은 58∼60일. ‘이번에도 실패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다.

“두 달 동안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진짜 자식 낳는 기분이었죠. 얼마 전 깨진 알을 조사해 봤더니 무정란이었어요.”

임금펭귄은 키가 80∼90cm로 황제펭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남극해 주변 킹조지 섬에 산다. 우리나라 세종기지가 있는 곳이다. 목에 있는 노란 무늬가 아름다워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임금펭귄은 63씨월드에 수컷 3마리, 암컷 4마리 등 7마리밖에 없다. 3년에 두 번 짝을 짓는데 한국이 낯설어선지 짝짓기를 해도 알을 잘 낳지 않았다.

“조명이나 기온을 원래 살던 곳처럼 계속 맞추고 있어요. 사람으로 치면 중년에 들어섰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해볼 겁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겨드랑이에 부리를 집어넣고 발끝을 위로 세운 독특한 모습으로 잠자고 있는 임금펭귄은 언제쯤 한국에서 왕손을 볼 수 있을까.

○ 자카스펭귄-환경 적응력 뛰어나

한국에 가장 많은 펭귄은 남아프리카 케이프 반도에 사는 자카스펭귄이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50여 마리를 비롯해 63씨월드, 부산과 대구 아쿠아리움, 서울대공원 등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적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적응을 잘한다. 그 밖에 남아메리카의 남쪽 해안에 사는 마젤란펭귄이 제주 퍼시픽랜드에 있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살다 보니 한국 펭귄들은 사람 손을 많이 탄다. 에버랜드의 펭귄 사육사인 최범성 씨는 “어렸을 때부터 키운 펭귄은 사람들을 잘 따르고 성격도 순하지만 좀 커서 들어온 펭귄은 매우 공격적”이라고 밝혔다.

펭귄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부부 간에 정절을 지키기로 소문난 새다. 황제펭귄이나 임금펭귄은 수컷이 더 오래 알을 품을 정도다. 그러나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최 사육사는 “자카스펭귄은 암컷이 알을 품는 시간이 많은데 이때 수컷이 몰래 바람을 피우다 들켜 암컷과 싸우곤 한다”고 말했다. 박진희 과장은 “임금펭귄은 개체수가 적다 보니 짝짓기 철에 동성끼리 짝을 짓는 행위를 보이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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