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신문광고주 무슨 상관 있는지…”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폭력-협박은 소비자 운동 원칙 어긋나”

■ 美 불매운동 전문가 타우브 인터뷰

“미국에서 불매운동(boycott)은 소비자운동의 일부입니다. 또 실제로 불매운동이 많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운동에는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언어폭력을 사용하거나 협박을 한다면 잘못된 행위죠.”

불매운동 정보 제공 전문 사이트 ‘보이콧 워치’를 운영하는 프레드 타우브(사진) 씨는 1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타우브 씨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불매운동 전문가로서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의 소비자운동 관련 기사에도 자주 그의 활동 소개나 코멘트가 등장한다.

그는 ‘특정 신문사 논조에 불만을 가져 그 신문의 광고주에게 무차별적인 협박전화를 하는 사례가 미국에도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불매운동이란 어떤 회사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그 회사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협박전화를 하는 것은 소비자운동의 원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매운동을 하는 측의 명분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타우브 씨는 한국에서 일부 누리꾼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미국산 쇠고기로 시작된 시위가 신문사를 거쳐 광고주에게 파급됐다는 점에서 ‘3차 불매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소비자들로서는 ‘미국산 쇠고기와 신문사 광고주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자운동”이라고 말했다.

보통 1차 불매운동보다는 2차 불매운동이, 2차 불매운동보다는 3차 불매운동이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효과도 약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특히 소비자운동이 폭력적으로 바뀌면 명분을 잃게 되고, 지지층도 잃게 된다는 것.

그는 “불매운동의 중요한 원칙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목표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계속해서 목표가 바뀌면 결국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원래 전하려 했던 메시지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타우브 씨는 “한국에서 신문사 건물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는 보도를 읽었다”며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사유재산을 파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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