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안의 대형TV…화성탐사 종이로봇…소설 쓰냐고요?과학합니다!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창의-도약연구단 성과전시회

국내 최고과학자들 모여 아이디어 경연

전자 찍는 X선 등 선보여… 대중 강연도

“빅뱅의 다섯 남자와 원더걸스의 다섯 소녀가 결혼을 한다면 어떻게 짝을 지을까요?”

연예인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골몰하는 수학 문제다. 그것도 한국에서 가장 아이디어가 뛰어난 과학자들이 모였다는 ‘창의·도약 연구단’에서다.

창의·도약연구단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1997년부터 선정한 국내 최고 연구 그룹. 10일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그랜드볼룸에서 성과전시회를 열어 일반인과도 만난다. 과학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는데 앞서 든 결혼 문제는 김정한(연세대 수학과 교수) 임의그래프연구단장의 강연 내용 일부다. 관람은 무료.

연구단은 저마다 세계 정상 수준의 연구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중에는 엉뚱하고 기발한 주제도 많다. 미래를 확 바꿀 ‘튀는’ 아이디어를 찾아보자.

○ 눈 안에 들어온 초대형 TV

요즘 50인치, 60인치 대형 TV가 인기다. 대형 TV를 거실이 아니라 눈에 넣을 수 없을까?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단장 KAIST 바이오및 뇌공학과 조영호 교수)은 시신경에 빛을 쏘는 나노 장치를 연구하고 있다. 눈으로 보는 대신 망막에 직접 큰 영상을 띄우겠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미세하지만 정확하게 움직이는 생체 근육을 모방해 ‘눈 안의 대형 TV’를 만들 계획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도 이 연구단에서 올해 초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체모방종이 작동기연구단(단장 인하대 기계공학과 김재환 교수)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화성 하늘을 탐사할 종이로봇을 만들고 있다.

김 교수는 1999년 우연히 껌 종이에 전기를 걸었다가 종이가 부르르 떨리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 끝에 종이에 전기를 걸어주면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서 탄생한 아이디어가 종이로봇이다. 종이로봇이 완성되면 나비처럼 가볍고 작은 정찰기가 등장할 것이다.

○ 날아가는 전자도 찍는다

카메라 셔터 속도가 100만분의 1초라면 날아가는 총알을 찍을 수 있다.

만일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를 찍으려면? 전자가 수소 원자핵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은 150아토초(1아토=100경분의 1)다. 결맞는엑스선연구단(KAIST 물리학과 남창희 교수)은 지난해 말 200아토초 X선을 개발했다. X선이 200아토초에 한 번 깜빡이는 셈이다. 연구단의 목표대로 100아토초 X선 장치를 개발하면 전자도 찍을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도 창의연구단에는 단백질 덩어리의 움직임이다. 기억제어연구단(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은 올해 초 아련한 기억을 떠올릴 때 뇌에서 단단히 결합된 단백질이 풀렸다 다시 묶이는 과정을 규명했다. 연구가 진척되면 이별의 상처는 빨리 잊고, 아내와 처음 만난 날은 한 달 전부터 떠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멀티스케일설계연구단(단장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윤영 교수)은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온 자기조립형 로봇에 적용할 프로그램을 만든다. 김 교수는 “먼 행성으로 떠나는 우주선에 기본 블록만 넣어놓고 행성의 환경에 따라 컴퓨터가 스스로 블록을 조립해 로봇을 만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인간 대신 컴퓨터가 스스로 설계를 한다는 것이다.

창의·도약연구단 협의회장인 남원우 이화여대 교수는 “창의연구단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우수한 연구자들을 꾸준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해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전시회에 오면 한국 대표 과학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동영상제공 : 생체모방종이작동기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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