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화 시설 1위 한국에 美GE 등 低에너지 기술 추격전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아라비아의 신흥 부국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인근도시 후자이라. 이곳에는 두산중공업이 만든 하루 처리 용량 45만 t 규모의 해수담수화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시설은 물 부족 지역인 후자이라 시민 13만 명에게 마시고 쓸 수돗물을 공급한다. 세계 인구의 70%가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지만 지구상 물의 97.5%는 마실 수 없는 바닷물이 차지한다. 해수담수화 시설은 짠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꾼다.

한 해 22조6000억 원 규모의 해수담수화 시설 시장에서 줄곧 1위(물 생산량 부문)를 고수해 온 한국이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 등 후발주자들이 신기술을 앞세워 뒤를 바짝 추격해 오기 시작한 것.

국내 해수담수화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1위 고수’를 목표로 이에 대항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 목표 시점은 2012년이다.

○ 증발법에서 역삼투압법으로 빠른 재편

물 부족을 해결할 ‘꿈의 기술’로 불리는 해수담수화 기술은 최근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단 김인수 단장은 “해수담수화 기술의 주류가 바닷물을 수증기로 만들어 물을 얻는 ‘증발법’에서 바닷물을 특수막에 통과시켜 염분을 걸러내는 역삼투압(RO) 방식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최근까지 증발법을 고수해 왔다. 증발법은 120도의 고온에서 물을 증발시키기 때문에 폐열이나 증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바닷가 인근의 발전소 옆에 시설을 짓는다. 그러나 최근 2, 3년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치솟고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설물 신규 건설이 점차 줄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RO 기술에 승부를 걸었다. 이 기술은 농도가 옅은 쪽에서 진한 쪽으로 이동하는 삼투압의 원리를 역으로 이용한다. 바닷물이 막에 있는 수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구멍을 통과하면서 소금 성분은 물론 각종 미생물까지 말끔히 걸러진다. 소비되는 에너지도 증발법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최근 건설되는 시설 중 RO 방식은 45%, 증발법은 32%로 상황은 이미 역전돼 있다.

○ 국내 산학연 사업단 대용량시설 개발 착수

해외 기업의 추격이 계속되자 한국은 지난해 학계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단을 발족했다. 광주과기원, 고려대, 국민대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효성에바라, 새한 등 학계와 산업계 연구소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현재 RO 시설 건설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GE는 5.2MIGD(1MIGD는 4546t)급 시설을 보급하고 있다. 한국은 이보다 큰 6MIGD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0만 명이 하루 동안 마시고 씻을 수 있는 양이다. 이 설비를 3, 4개 합치면 30만∼40만 명이 사는 중소도시에 거뜬히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

에너지와 오염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공략 목표. 일본은 바닷물 1t을 마실 물로 바꾸는 데 5kWh를 소모한다. 한국은 이보다 20% 적은 t당 4kWh 이하로 쓰는 것이 목표다. 광주과기원 오병수 박사는 “후발주자인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대용량, 낮은 에너지, 안전성을 꼭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 하루 4만5000t 처리 연구시설 2010년 완공

한국도 물 부족 현상을 겪는 도서지역에 70여 개 해수담수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하루 처리 용량이 수십∼수백 t에 불과한 영세한 시설들이다.

한국은 올해 안에 하루 처리량 4만5000t 규모의 RO 방식 해수담수화 연구시설 터를 선정할 예정이다. 2010년까지 완공될 이 시설은 10MIGD급 시설을 짓기까지 시범시설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에선 이 기술이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바다에서 한 번에 수천 t씩 물을 끌어올릴 경우 해저 생태계의 파괴는 필연적이라는 것.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지금까지 해외에서 해수담수 기술이 환경에 위험을 초래했다는 보고가 발표된 적은 없다”면서 “혹시 모를 미세한 변화를 찾아내기 위해 2012년까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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