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과학자들]아프리카 다이아몬드 탐사 김원사 교수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아프리카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동쪽으로 800km 떨어진 한 밀림지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풀숲을 한참 헤치고 나가던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김원사 교수 일행의 눈에 별천지 세상이 나타났다. 가뭄에 바닥까지 말라버린 강바닥엔 군데군데 작은 돌들이 반짝였다. 언뜻 보기엔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석영 같았다. 현지 인부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흙을 채에 담아 몇 번 흔들고는 금방 돌 몇 개를 집어냈다. 김 교수는 한눈에 돌의 정체를 알아봤다. 최고의 보석 ‘다이아몬드’ 원석이었다.》

○ 정글 속 다이아몬드 노다지를 찾아서

김 교수가 카메룬의 밀림을 헤치고 다닌 계기는 2년 전 마련됐다. 카메룬 정부와 현지 한국 기업이 공동 설립한 한 광산개발회사로부터 다이아몬드가 묻혀 있는 위치를 알아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

카메룬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나 가봉과 달리 뒤늦게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내부의 이권 다툼을 우려해 광산 개발은 물론 탐사까지 금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쪽 접경지대는 이미 다이아몬드 도굴꾼들로 극심한 홍역을 앓고 있었다. 카메룬 정부도 개발을 더는 미룰 이유가 없었다.

“국경 바로 너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지역에서는 채굴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었어요. 카메룬의 접경지역 모빌롱과 리모코알리도 다이아몬드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이죠.”

두 지역은 수도에서 차를 타고 이틀을 달려야 도착할 정도로 오지 중 오지였다.

김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다섯 차례 탐사를 통해 이 지역 30곳에 가로 세로 3∼4m의 구덩이를 팠다. 다이아몬드는 보통 수백 m씩 땅을 파고들어 가야 나오는데 이곳에선 노천에서 캔다. 자갈과 모래로 이뤄진 강바닥에는 다이아몬드 원석이 다량으로 박혀 있다.

원래 다이아몬드는 ‘킴벌라이트 파이프’라는 독특한 지질 구조에서 생성된다. 그러나 킴벌라이트층은 대부분 땅 아래 깊숙이 숨어 있기에 직접 발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곳의 다이아몬드 원석들도 오랜 세월 풍상을 겪으면서 떨어져나간 조각이 빗물에 쓸려 내려온 것이다.

“킴벌라이트층은 17억∼20억 년간 고온 고압의 모진 환경을 이기고 바람과 물에 깎이는 과정을 겪으며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지요. 다이아몬드는 영겁의 시간이 선사한 자연의 걸작품인 셈이에요.”

○ 말라리아 걸려 생사 갈림길

일주일간을 밀림에서 지내다 보면 온몸은 어느새 망신창이가 되고 만다. 팔다리는 물론 얼굴은 긁히고 찢긴 상처들만 남는다. 죽은 잎 더미를 땅인 줄 알고 밟았다가 허리까지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밀림은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그래서 탐사가 끝나면 체중은 3∼4kg씩 쑥쑥 빠진다.

“습하고 그늘진 밀림에 있다 보면 온몸이 모기에 물린 자국으로 벌겋게 됩니다. 지난해 8월에는 말라리아에 걸려 영영 한국에 못 돌아올 뻔했어요.”

김 교수는 광상(鑛床)을 발견했다고 곧장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이아몬드 광상이 경제성을 갖추려면 가로 세로 높이가 1m인 흙더미에서 최소한 0.4캐럿(1캐럿은 0.2g)의 원석이 나와야 한다.

“이번에 탐사한 지역에서는 m³당 0.7캐럿이 나왔어요. 탐사지역이 가로 15km, 세로 8km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추정 매장량은 7억3600만 캐럿에 이릅니다. 다이아몬드 연간 생산량 1억5000만 캐럿의 5년 치에 해당하는 양이죠.”

다이아몬드는 보석 장신구로 사용될 뿐 아니라 뛰어난 강도와 열전도도를 갖고 있어 최근에는 우주선이나 첨단 절삭기 등의 소재로도 활용된다. 연간 1억5000만 캐럿이 중남부 아프리카와 호주,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절대로 발표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생산량은 발표하지만 묻혀 있는 양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많은 광산이 몇몇 외국 회사의 손에 넘어갔어요. 이번에 발견된 다이아몬드 광상은 카메룬 정부가 일부를 소유합니다. 아프리카의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카메룬 경제에 보탬이 되리라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김 교수는 올해 추가로 밀림을 탐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조사한 곳보다 9배 넓은 지역을 탐사하려 해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에 적잖은 변화를 줄 만한 규모에 이를 겁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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