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방송 싸움에 시청자 등 터져서야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인터넷TV(IPTV)가 가입가구 100만을 훌쩍 넘어서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IPTV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서비스는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등을 재방송하는 ‘다시 보기’입니다. 방송시간을 놓친 드라마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으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인기가 많은 것이 탈이었습니다.

하나로텔레콤, KT 등 IPTV 사업자에 프로그램을 제공해 온 MBC는 원래 무료였던 이 서비스를 올해 초 편당 500원으로 유료화했습니다. 지상파에 방송한 프로그램을 일주일 내에 보려면 따로 500원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아직은 무료로 전환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IPTV 사업자가 요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시청자에 되돌려 주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죠.

이 사태의 배경에는 지상파 방송사와 뉴미디어인 IPTV 사업자 사이의 갈등이 숨어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이 유료화를 요구한 것은 방송광고 수익의 감소 때문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이 편성표대로 방송을 트는 지상파 채널을 챙겨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졌고, 지상파 방송이 타격을 받은 것이죠.

지상파 방송이 자사(自社)의 계열사를 통해 지역케이블방송(SO)에 프로그램을 파는 사업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애당초 지상파는 프로그램을 IPTV에 유료로 팔아왔습니다. 지상파는 왜 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소비자에게 직접 편당 돈을 받는 이른바 ‘페이 퍼 뷰(PPV)’ 방식을 도입했을까요.

위에서 설명 드린 대로 기존의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의 수익모델에 미치는 영향 때문입니다. 즉 IPTV에 PPV를 도입하는 목적은 지상파의 ‘콘텐츠 제값 받기’가 아니라 ‘(일주일 내에는) IPTV로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를 일컬어 ‘홀드 백(Hold Back)’이라고 합니다.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방법인 만큼 KBS와 SBS는 지금 PPV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6월까지는 도입을 미룰 것이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직 안 됐습니다. 이 갈등은 IPTV가 성장하면 할수록 시한폭탄처럼 커질 듯합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많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른바 ‘미디어 간 경쟁’에서 소비자가 폭탄을 맞는 일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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