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엉성증은 여자만 걸린다? 흡연-음주男‘女 얘기 아니다’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지난해 10월 김정남(59) 씨는 등산을 마치고 내려가다 발을 잘못 디뎌 옆으로 넘어졌다. 살짝 넘어진 정도였지만 엉덩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결국 응급구조요원이 출동해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X선 촬영 결과 엉덩관절(고관절)에 골절이 보여 김 씨는 엉덩이 전체를 깁스해야 했다. 뼈엉성증(골다공증) 검사 결과 의사는 “병이 이미 꽤 진행됐다”고 진단했다.

김 씨는 자신이 뼈엉성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뼈엉성증은 여자들만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씨 같은 중년 남성들은 뼈엉성증을 자신과 무관한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틀린 생각이다. 최근 남성 뼈엉성증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뼈엉성증은 나이가 들면서 칼슘이 뼈에서 빠져나가 밀도가 떨어져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병이다. 뼈의 변형이 생겨 허리와 등이 굽는다. 뼈엉성증에 걸린 후에는 살짝만 넘어져도 골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여성 환자가 많긴 해도 최근 남성 환자 급증


뼈엉성증은 아직도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본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3∼2006년 뼈엉성증 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6년 여성 환자는 43만9883명으로 남성 환자 2만8061명보다 20배 정도 많다.

그렇지만 증가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가파르다. 이 기간에 여성 뼈엉성증 환자의 증가율은 1.2%였지만 남성은 32.6%였다.

남성 뼈엉성증 환자 증가율을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6.9%, 50대 24.9%, 60대 17.7%, 70대 75.3%, 80대 이상 59.5%였다. 여성 뼈엉성증의 경우 40대가 많고 50대부터는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통계는 골감소증 환자는 배제돼 있는 수치다. 골감소증은 칼슘이 뼈에서 빠져나가면서 약해지는 것으로 뼈엉성증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의사들은 골감소증까지 포함할 경우 40대 이후 남성의 30%가 뼈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골절 시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 남자가 2배

일반적으로 여성 뼈엉성증의 75%는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60% 정도는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 뼈엉성증은 여성호르몬의 결핍과 유전적 요인이 많다. 각종 약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도 한 원인이 된다.

남성 뼈엉성증이 생기는 원인은 조금 다르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음주와 흡연이다. 또 지나치게 말랐거나 성기능이 떨어질 때도 발병 확률이 높은 편이다. 육체활동이 너무 적거나 남성호르몬이 부족해도 뼈엉성증으로 이어진다. 스테로이드 제제를 3개월 이상 장기 복용할 때 이 병에 걸리기도 한다.

최근 남성 뼈엉성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남성 뼈엉성증을 진단하는 정확한 기준은 아직 없다. 여성 질환이라고 인식한 때문이다. 그러나 뼈엉성증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위험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 이 병에 걸린 후 골절이 됐을 때 사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여성이 15%인 반면 남성은 30%에 이른다.

○ 칼슘은 생선 채소 등으로 섭취하는 게 효과적

일단 뼈엉성증은 걸린 후에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30대 때부터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칼슘은 보충제로 섭취해도 되지만 생선, 녹색채소, 달걀 등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짜거나 고단백인 음식은 피한다.

담배는 독이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골절 위험이 2, 3배 높다는 것은 의학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운동은 필수적이다. 특히 육체활동이 적어 뼈엉성증이 생기기 쉬운 직장 남성은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 이를 예방한다. 이미 뼈엉성증에 걸렸다면 수영, 수중 에어로빅이 좋다. 남성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간, 전립샘 기능에 이상이 있는 남성은 남성호르몬 복용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한 후 처방받도록 한다.

(도움말=고정민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임승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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