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유방암학회, 美 샌안토니오서 새 치료법 발표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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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여성 에스트로겐만 투입하는 ‘호르몬 요법’

유방암 발생시키지 않는다

《유방암은 순한 암으로 불린다. 다른 장기로 퍼지기 전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80%나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완치율의 기준인 5년 이후에 재발하는 환자가 많은 편이다. 유방암은 세계적으로 연간 110만 명의 환자가 발견되고 있으며 매년 0.5%씩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환자 증가 속도(매년 10%)가 가장 빠르며 여성이 걸리는 암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2∼16일(현지 시간) 세계의 학자들이 모여 유방암의 새 치료법을 발표하는 유방암 학회가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렸다. 유방암은 주로 여성호르몬에 의해 생기는 만큼 이번 학회에서는 호르몬과 관련된 연구 발표가 많았다.》

○ UCLA 의대 박사 ‘발병률 높다’ 기존학설 뒤집어

암의 원인에 대해 수많은 학자가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나마 유방암은 원인이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유방암의 70∼80%는 여성호르몬에 오래 노출돼 발생하며 20∼30%는 다른 암처럼 그 원인을 잘 알 수 없다.

폐경기 여성은 산부인과에서 호르몬 대체요법(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투여)을 받는다. 이런 요법이 유방암 발생률을 1.7배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이번 학회에서는 에스트로겐 단일 대체요법을 쓸 경우 암 발생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생체연구소 로완 슬레보스키 박사는 “자궁적체술을 받은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6년간 에스트로겐 단일요법을 시도한 결과 유방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발표했다. 연구 대상자가 적고 연구 기간이 짧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서울대병원 외과 한원식 교수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15년 이상 쓰거나 65세 이상 환자에게 쓰면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며 “2003년에는 단일요법도 발병률을 높인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번에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은 안면홍조증, 우울증 등 폐경기 증상을 앓고 있는 여성을 위해 산부인과에서 지금도 처방하고 있다.

여성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보다 여성호르몬 자체를 억제하는 약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유방암 환자는 암 제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은 뒤 여성호르몬 수용체 검사를 받는다. 수용체가 있으면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호주 뉴캐슬 메이터 미세리코르디아 병원 외과 존 포브스 교수는 세계 21개국 환자 9366명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5년간 여성호르몬 억제제인 ‘아리미덱스’와 여성호르몬 수용체 작용약인 ‘타목시펜’을 투여한 이후 3년간 약을 투여하지 않고 관찰한 결과 아리미덱스 투여군의 재발 위험이 타목시펜 투여군보다 24% 낮았다고 밝혔다. 다만 아리미덱스는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만 쓸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박경화 교수는 “폐경 전 여성에게는 타목시펜을 처방하다가 폐경이 되면 아리미덱스로 넘어가고 폐경 이후 여성은 아리미덱스를 먼저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젊은 환자 많은 한국, 첫 아이 일찍 낳고 술 적게 마셔라

통상 유방암 환자의 80%가 폐경 이후 여성이지만 한국은 폐경 전 여성이 60%나 된다.

영국 맨체스터대 의대 크리스티병원 내과 앤서니 하웰 교수는 “한국만 독특한 통계치가 나오는 이유를 모르지만 전체 환자 수로 보면 한국은 아직까지 서구에 비해 유방암 환자가 적기 때문에 환자가 많아질수록 서구와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수칙은 무엇일까. 강남성모병원 유방센터 송병주 교수는 “조기 발견을 위해 자주 검진하고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호르몬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30세 이전에 첫 아이를 낳고 모유를 먹이고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음주를 하지 않아야 한다.

폐경 전 여성은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을 만들지만 폐경 이후에는 지방세포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술은 뇌에서 여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첫째 아이 출산 시기가 늦을수록, 모유를 먹이지 않을수록 몸은 여성 호르몬에 오래 노출된다.

유방암은 가족력이 중요하다. 어머니나 자매 가운데 유방암을 앓은 적 있다면 유방암 발생률은 8∼12배 높아진다. 조기에 초경을 시작했거나 폐경기가 늦어지거나 30세를 넘겨 아이를 낳거나 아예 출산 경험이 없으면 장기간 호르몬에 노출돼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잘 된다. 30세 이후에는 매달 생리가 끝난 지 3일째 자가 검진을 하면 좋다. 멍울, 통증, 유두 분비물, 유두 함몰, 유방의 주름, 유두 습진, 피부의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자.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의사에게 검진을 받아야 한다. 40세가 넘으면 1, 2년 간격으로 의사 검진과 유방 X선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야 한다.

샌안토니오=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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