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성장호르몬, 사춘기 전 2년 이상 맞아야 효과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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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키는 부모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다. 또래보다 작은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의 키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를 보면 속이 상한다. 이 때문인지 키와 관련된 속설과 정보가 넘쳐 난다. ‘숨어 있는 키’를 키워주겠다는 성장 보조제도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성장 전문의 2명과 한의사 1명이 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후천적으로 키를 좀 더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충호 교수와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소아과 박미정 교수, 이솝한의원 압구정점 이명덕 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전문가 3인의 ‘키 키우기’ 생생토크

○성장 호르몬 치료 효과는 개인에 따라 차이 커

▽박미정=키는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의학계 연구 결과로는 유전적 요인이 키에 미치는 영향은 70∼80%다.

▽신충호=외국의 연구를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전에 태어난 사람보다 2차대전 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유전적 요인이 키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잘 살수록 유전적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인종에 따른 신장 차이는 극복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명덕=타고난 키는 없다고 본다. 유전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치료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신=터너증후군 등 성장을 방해하는 질환이 있는 것으로 진단되면 성장호르몬을 맞는 등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질환이 없어도 성장호르몬을 맞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이왕 치료를 할 생각이면 빨리 시작해서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오래 맞는 게 좋다.

▽이=한의원 성장 클리닉은 한의원마다 다르지만 저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섭취한 영양소가 반드시 필요한 곳에 갈 수 있도록 ‘운반 처방’을 한다. 아무리 잘 먹어도 체중만 늘고 키가 안 큰다면 이는 섭취한 영양소가 한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지키면서 개인에 따라서 한약 성분을 다르게 해서 처방한다. 같을 수가 없다.

▽박=또래 평균보다 얼마나 작은지를 봐야 한다. 또래 100명 중에 작은 순서로 3번째 안에 들거나 평균보다 10cm 이상 작다면 일단 병이 아닌지 검사해야 한다. 성장 호르몬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오거나 또래에 비해 눈에 띄게 작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여자 아이는 지나치게 일찍 가슴 멍울이 생기면 성장관련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이=한의원 성장 클리닉은 치료 받을 당시에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원래 성장 속도보다 1.5배 이상 빨라야 효과를 제대로 본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치료 전 1년에 5cm씩 컸다면 치료를 받으면 7.5cm는 커야 한다. 치료 받고 몇 달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이야기하는 한의원이 있다면 어불성설이다. 치료받은 기간만큼 더 큰다고 보면 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치료를 시작하면 5학년 때 치료를 시작한 경우와 약 5cm 정도 차이가 난다.

▽박=성장호르몬제는 오래 맞는 게 이상적이지만 비용이 1년에 1000만 원씩 들어서 현실적으로 힘들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일찍 치료할수록 효과가 큰데, 보통은 사춘기가 시작되기 2년 전에 시작해서 1∼2년 이상 맞는 경우가 많다.

▽이=한의원 성장 클리닉의 비용은 한의원마다 다르지만 내가 하는 한의원은 3개월에 90만 원이다.

▽신=성장호르몬제를 맞으면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서 키가 큰다. 하지만 호르몬제를 몇 개월 맞다가 끊으면 별로 효과가 없다. 문제는 성인이 됐을 때의 키인 최종 키까지는 안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종 키가 크지는 않더라도 또래들과 비슷하게 크는 게 좋다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해 볼 수는 있다.

▽박=성장호르몬제를 맞기 시작한 처음 6개월 동안의 성장이 가장 빠르다.

▽신=성장호르몬이 최종 키를 늘려 줄지 아닐지는 치료 시작 전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부모가 생각하는 만큼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박=효과는 아이들마다 차이가 많다. 아주 효과가 좋은 아이들도 있다. 유전적인 요소가 아이들한테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영양,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 속에서 다른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사춘기가 너무 빨리 오는 것은 성장에 방해

▽박=사춘기 이후에는 성장판이 닫혀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사춘기가 빨리 오면 키가 크는 기간이 단축된다. 사춘기가 지나치게 빨리 오는 사춘기 조숙증 아이는 사춘기를 늦춤으로써 키를 좀 더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춘기만 늦춘다고 최종 키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신=사춘기가 빨리 오는 경우 사춘기 동안에 많이 자라고, 사춘기가 늦게 오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사춘기에 좀 덜 자란다.

▽박=연령에 따라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어머니들은 키를 키우려면 잘 먹여야 되는데 잘 먹고 나면 과체중이 된다고 말한다. 비만이 오면 사춘기가 빨리 올 수 있다. 운동은 비만으로 인해 사춘기가 빨리 오는 것을 막아 준다. 성장판이 분화하기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한데 운동은 성장판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신=많이 먹으면 키는 큰다. 그러나 최종 키는 같다. 나중에 클 높이만큼 먼저 크는 셈이다. 하지만 체중을 거꾸로 돌리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과식이 키에는 도움이 안 되고 건강에도 안 좋다. 아이들한테 좋은 식습관을 길러주고 자꾸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이=저는 많이 먹으라고 한다. 일단 먹어야 큰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표준 체중보다 2∼3kg만 많이 나가도 걱정하는데 그 정도는 괜찮다.

▽박=잘 먹이고 대신 운동을 하게 해야 한다. 대부분 엄마들은 한 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식사의 질을 생각하지 않는다. 영영제니 보약이니 하는 특수한 치료에만 관심을 갖는데 어릴 때 햄버거 피자 등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고 한식을 사랑하는 식습관을 길러주는 게 좋다.

▽이=아이들은 자면서 크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

▽박=성장호르몬은 밤에 분비되는 양이 하루의 60∼70%이기 때문에 잘 자는 게 중요하다. 주위가 동이 트고 밝아지면 잠을 자게 도와 주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일찍 재우는 게 좋다.

▽신=그렇다고 수험생들이 공부해야 하는데 일찍 재울 수 있나.

▽이=수면시간보다는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

○성장 보조제 함부로 먹지 말아야

▽박=성장 보조제를 파는 회사는 환자 상태를 보지도 않고 몇 달 치씩 판다. 그렇게 해서 부작용이 생겨 병원에 오는 경우가 정말 많다.

▽신=성장 보조제가 최종 키를 키울 수 없다는 걸 안다면 먹지 않을 것이다.

▽이=한의원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장 보조제를 먹어 보고 온다.

▽박=의사들은 아이들 키가 안 큰다고 오더라도 큰 병이 아니면 6개월 뒤에 다시 오라며 돌려보낸다. 그런데 부모들은 안달이 나서 보조제를 먹인다. 시기를 놓쳐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조제를 먹인다.

▽이=양의 쪽에서는 한약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는지 궁금하다.

▽신=저는 권하지 않는다. 한약을 먹어도 되느냐고 물으면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하지만 성장판이 열려 있고 키가 작은 경우에는 먹지 말라고 한다.

▽박=키가 작으면서 음식을 잘 안 먹는 아이에게 보약을 먹이겠다고 하면 알아서 잘 선택하라고 한다.

▽이=키를 크게 하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게 중요하다. 엄마 아빠 말을 잘 들으면 잘 큰다.

▽신=골고루 먹고 즐겁게 운동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된다.

▽박=키가 안 큰다면 무슨 문제가 있어서 안 크는지 한 번쯤은 진단 받을 필요가 있다.

진단에서 문제가 없다면 환경 요인에서는 영양만큼 중요한 게 없다. 사춘기 관리도 잘 해야 한다. 어릴 때 잘 자라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사춘기가 제2의 도약기가 될 수 있다.

사춘기가 되면 여자 아이들은 외모에 신경을 쓰느라 밥을 잘 안 먹고, 남자 아이들은 갑자기 비만이 올 수가 있기 때문에 부모가 체중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여자 아이는 가슴에 멍울이 나타날 때, 남자 아이는 의학적으로는 고환이 4cc 정도 될 때가 사춘기다. 외형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우니 아이들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신경질을 자주 낼 때가 사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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