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대선 마케팅’ 썰렁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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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2002년과 달리 이벤트 등에 무관심

“인터넷 선거전 특수 기대했는데…” 골머리

《‘2007년 대선은 넷심(net心)이 결정한다.’ 올해 초부터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들은 이같이 호언장담하며 대선 특수 잡기에 앞 다퉈 나섰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4일 현재 인터넷에서 5년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대선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2년 대선 전초전 때부터 김대업 씨의 발언과 수사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며 ‘병풍’을 일으켜 대선 판도를 좌지우지했던 인터넷 매체들의 위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대선 특수 실종=인터넷 관문을 자처하는 포털들은 17대 대선전의 화두는 ‘인터넷’이라며 대선 특집 섹션을 기획하는 등 총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포털들의 장담과는 달리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대선 공식 홈페이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당신의 선택! 2007대선’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장한 지 한 달이 지난 이날까지 대선토론장에 올라온 게시글은 100여 건이 전부다. 조회수도 글당 1000건을 넘지 않는다. 기사 하나에 수천 건의 댓글이 달리는 네이버답지 않은 초라한 성적이다.

7월부터 대선전에 뛰어든 다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선 특집 섹션을 통해 손수제작물(UCC) 공모전, 생활공약 모으기 등을 통해 누리꾼들의 관심 끌기를 시도했지만 상금까지 걸린 공모전에 지난 한 달 동안 출품된 UCC는 70건에 불과하다. 3월부터 대선 서비스를 시작한 야후는 후보 지지율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까지 실시했지만 투표인단의 규모와 대표성이 문제로 지적돼 신뢰성에 상처만 입었다.

웹분석사이트 랭키닷컴에 따르면 네이버의 대선 섹션 주간 방문자(11월 첫째 주 기준)는 13만 명 선이다. 일주일 평균 2200만 명에 이르는 네이버 방문자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다음의 대선 섹션 역시 주간 방문자가 8만8408명으로 다음을 찾는 전체 이용자 1800만 명의 0.5%에 불과하다.

▽냉담한 분위기 왜?=전문가들은 인터넷 대선 특수 실종의 원인을 현실 정치에서 찾았다.

문지은 웹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대선에 대한 관심이 2002년보다 훨씬 줄었다”며 “16대와 17대 대선주자들의 홈페이지 트래픽을 비교해 보면 냉담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의 팬클럽 ‘노사모’에는 하루 평균(11월 첫째 주 기준) 3만2723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올해 같은 시기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 후보의 팬클럽 ‘명박사랑’에는 9935명이 들렀을 뿐이다. 이회창 후보의 ‘창사랑’과 문국현 후보의 ‘희망문’도 1만1604명과 6587명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졌다.

경희대 정치학과 송경재 교수 역시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현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특별한 이슈가 대두되지 않아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된 선거법으로 5년 전과 같은 정치적 ‘선동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 것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02년의 경우 선동꾼들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각종 유언비어로 인터넷을 점령하며 과열 분위기를 형성해 전체 대선판을 왜곡했지만 선거법 개정으로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원천 봉쇄됐다.

2004년에 개정된 선거법 93조는 선거 180일 전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에 대해 게시 및 상영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정치 환경의 패러다임도 크게 변화했다.

대선미디어연대 이준희 대외협력본부장은 “2002년에는 대선주자 팬클럽과 인터넷 미디어, 그리고 정치 논객이 인터넷의 3대 축으로 정치 담론을 주도했지만 올해에는 담론을 주도하는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인터넷 UCC가 그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콘텐츠 부재로 역할을 해내지 못해 인터넷 공론장이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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