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으로 신기술 들춰보기]‘S라인 자동차’ 만드는 데…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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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기술로 자동차 강판의 유연성을 테스트하는 일이 활발하다. 국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중성자 빔을 이용하면 강판 시료의 성능을 알아낼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원자력 기술로 자동차 강판의 유연성을 테스트하는 일이 활발하다. 국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중성자 빔을 이용하면 강판 시료의 성능을 알아낼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원자력硏, 중성자 빔 쏘아 강판 테스트

잘 휘어지면서도 단단한 재료 찾아내

잘 빠진 S라인의 스포츠카를 보면 강철의 ‘유연함’에 입이 떡 벌어진다. 단단한 철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고 휘어지고 매끈하게 이어지면서 자동차의 멋진 ‘몸매’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얇고 잘 구부러지는 강판은 필수 재료. 자동차 강판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2003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이용해 강판의 성능 검증작업을 수행해 왔다.

두께가 1mm 정도로 얇은 자동차 강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한 롤을 강판 위에 굴려 압력을 가하고 열처리를 한다. 이때 철 조직의 배열이 바뀌면서 강판의 성질도 함께 변한다. 원자가 배열된 방향에 따라 강판이 쪼개지고 구부러지는 성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재료를 넣어 음식을 만들어도 먹어 보기 전에는 맛을 장담할 수 없듯이 자동차의 S라인을 살려 줄 유연한 강판을 생산했더라도 성능을 테스트하는 일이 먼저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이용기술개발센터는 자동차 강판의 ‘맛’을 보기 위해 중성자 빔을 강판에 쏘아 철의 집합조직을 살핀다. 원하는 방향으로 구부러지고 잘 부서지지 않는지 테스트하는 것.

하나로 내부에 들어 있는 농축우라늄(U235)은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중성자를 연쇄적으로 방출한다. 이 중성자 빔을 여러 겹의 강판을 쌓아 만든 시료에 통과시키면 시료 내부의 결정면과 부닥치며 진행 방향이 바뀐다. 이 패턴을 분석하면 시료의 집합조직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 알아낼 수 있다.

그동안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단위의 투과력을 가진 X선이 시료의 표면을 관찰하는 데 그쳤다면 중성자는 수cm 두께까지 통과할 정도로 투과력이 강해 시료를 속속들이 꿰뚫어볼 수 있다.

신은주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이용기술개발센터 선임연구원은 “현재 하나로를 이용해 철뿐만 아니라 알루미늄합금, 마그네슘합금의 집합조직을 살피고 있다”며 “앞으로 중성자 빔은 성질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금속의 내부 구조를 알아내는 데도 활발히 이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방실 동아사이언스 기자 weez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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