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열]뇌중풍은 ‘시간과의 싸움’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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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서 뇌중풍(뇌졸중) 환자가 늘고 있다. 뇌중풍은 15분에 1명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식물인간이나 반신불수 등 치명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뇌중풍으로 인한 사망을 막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중풍은 흔히 ‘시간과의 싸움’으로 불린다.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중풍의 일종인 뇌경색은 최소한 3시간 이내에 수술이나 약물처치를 받아야 한다. 진단과 수술 준비를 고려하면 2시간 이내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야 한다는 말이다.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은 이보다 더 시간이 급하다.

많은 환자가 수술 시설을 갖춘 가까운 지역 종합병원 응급센터를 찾기 보다는 서울의 대형 병원을 선호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다. 지방에서 서울로 환자를 옮기는 도중 환자가 생명을 잃거나 치명적 후유증을 얻는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센터 조사에 따르면 뇌중풍 등 급성 신경마비환자 가운데 제 시간을 지켜 응급실에 도착한 경우는 29.9%에 불과하다. 소중한 생명을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 위에 방치한 셈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겠다는 환자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뇌중풍과 같이 시간이 생명을 좌우하는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수술이 가능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의료 수준에서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논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국제적 최신 의학 기술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대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겨룰 만하다.

최근에는 전국의 주요 종합병원에서 첨단 뇌중풍 수술 기기를 널리 사용해 정밀한 수술이 늘 가능하다. 혈우병 치료약이 뇌출혈 환자의 재출혈을 낮추는 데 사용되는 등 최신 약물요법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신속하게 병원에 도착하면 뇌중풍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빠른 시간에 치료를 받기 바란다.

이동열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회장 부산침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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