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결핵의 추억? 결핵은 현재진행형!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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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과 경기 안산의 고교생들이 무더기로 폐결핵에 감염돼 새삼 결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결핵이 있어요?’라고 생각하지만 결핵만큼은 한국이 후진국에 속한다. 200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1위이기 때문이다. 10만 명당 91명꼴이니 일본(33명)에 비해 3배, 미국(5명)에 비해 18배나 높은 수치이다. 게다가 선진국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에게 주로 생기는데 우리는 20, 30대 청년 환자가 많아 전형적인 후진국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6년 9월 현재 20, 30대 결핵 환자가 전체의 33%나 차지할 정도다(삼성서울병원 호흡기 내과 권오정 교수).》

대한결핵협회에서는 젊은 사람에게 결핵이 많은 것은 공부, 다이어트, 취업 준비 등의 스트레스로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데다 여전히 젊다는 믿음 때문에 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거나 약 치료를 게을리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감염=결핵은 ‘마이코 박테리아’라는 결핵균에 의해 공기로 전염되는 질환이다. 성인에게 결핵이 생기는 이유는 두 가지다. 어릴 때 결핵균에 노출돼 균이 폐 속에서 동면 상태에 있다가 어른이 된 뒤 면역력이 약해져 결핵으로 발전하거나 결핵 환자에게서 결핵균을 많이 흡입했을 때다. 특히 결핵 환자와 대화할 때 침 속에 숨어 있던 결핵균에 의해 잘 전염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는 발병 원인의 5∼15%에 달한다.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 내과 송정섭(대한결핵 알레르기학회 이사장) 교수는 “옛날에는 영양불충분에 따른 면역력 저하가 큰 원인이었지만 요즘에는 실내 생활이 늘어 닫힌 공간에서 공기에 의해 전염되는 경우도 많아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기침이 아닌 결핵 폐렴 등 다른 원인으로 의심하고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가슴 사진을 찍어 보는 것이 좋다. 결핵에 걸리면 열이 나고 쉽게 피로해지며 가래가 동반되고 아침에 식은땀을 잘 흘린다. 심하면 폐에 혈관이 터져 피도 토한다. 결핵 백신인 BCG 접종을 어릴 때 했는데 왜 결핵에 걸리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BCG는 결핵균의 일부 성분만 추출한 것으로 어린아이 때 심각한 결핵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지 결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백신은 아니다.

▽치료=1960, 70년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폐결핵으로 사망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처럼 예전엔 결핵을 난치병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요즘엔 다행히 약이 좋아서 약만으로도 거의 완치가 된다.

4가지 복합제제를 6개월 정도 복용하면 균을 박멸할 수 있다. 약을 2주 정도 복용하면 균의 60%가 사라지고 한 달이면 90%가 없어진다. 문제는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것. 2주 정도만 복용해도 기침과 열 등이 사라지는 등 증상이 좋아져 약을 끊어 버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경우가 제일 위험하다. 외국에서는 결핵약을 의료진이 보는 앞에서 직접 먹도록 하는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곳도 있다.

권 교수는 “결핵이 무서운 것은 약을 끊어 내성균이 생겼을 때”라면서 “약을 끊었을 경우엔 이전 약보다 더 강하지만 부작용이 심한 다른 약을 1년 반 이상 먹어야 하는데 이마저 효과가 없으면 약으로 치료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약으로 치료가 어려운 폐결핵은 폐를 제거할 수도 있으므로 열심히 약을 먹어 완치하는 게 중요하다.

▽예방=결핵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 전체가 감염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음식을 따로 먹고 그릇을 소독할 필요까진 없다. 대화할 때 침으로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자는 마스크를 사용하도록 한다. 폐결핵은 약 복용 2주 뒤엔 전염력이 없어지므로 이땐 감염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 하지만 폐결핵으로 진단받기 전에 이미 같이 지냈던 사람들에게 결핵균을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가슴사진과 가래 검사로 폐결핵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특히 3세 미만의 경우 예방 목적으로 결핵약 중 하나인 ‘아이나’를 9개월 정도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 결핵균은 햇빛에 약하기 때문에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생활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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